![장보형 연구위원](https://thumb.mt.co.kr/06/2023/03/2023031313311278685_1.jpg/dims/optimize/)
물가 불안기에 이러한 태도는 온당한 처사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니다. 물가안정만 중시하는 태도는 비교적 오래전 일이다. 1970년대 말 이후 유가폭등에 따른 물가앙등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할 무렵 말이다. 현대 중앙은행의 교리인 '물가안정목표제'는 그 교훈에 기반한 것이다. 또 1980년대 이후 금융자유화와 함께 물가안정목표제는 1990년대부터 금융안정을 부수목표로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외견상 물가안정의 배후에 자리잡은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하며 중앙은행도 호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부수업무로 금융안정을 끌어들이긴 했지만 정작 시스템 차원에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터지자 중앙은행은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동원하며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위기관리자'로 전면에 나섰다. 아울러 단순한 금융안정을 넘어 정부와 함께 거시건전성 전반을 규제하는 역할로 나아갔다.
다다익선이랄까. 중앙은행의 책임이 확대될수록 권한의 범위나 적법성, 실효성 등에 대한 긴장도 커져갔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정부 부채에 발목이 잡힐지 모른다는 '재정지배'의 위험은 물론 민간부문의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의존에 따른 '금융지배'의 위험이 자라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은 전통적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을 환기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안정에는 대가도 수반된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서 보듯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누적된 금융취약성이 폭발할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대신 1980년대 이후 물가안정목표제가 득세한 시기의 금융자유화나 세계화의 지원도 바라기 힘들다. 중앙은행의 또 다른 시간이 도래하지만 그 정체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