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한미약품 이사회 세대교체…'송영숙 체제' 굳힌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3.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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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한미약품 이사회 세대교체…'송영숙 체제' 굳힌다


한미약품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서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2세들이 일제히 물러나는 모양새다. 창업주를 도와 한미약품을 '신약 명가'로 끌어올린 1세대 전문 경영인들도 이사회에서 퇴진한다. 대신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2세대 전문 경영인들이 주력 계열사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한다. 송 회장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그룹의 새 리더십으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은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우선 한미약품 주총에서 이달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사장의 재선임 안건이 부의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29일 주총을 기점으로 임종훈 사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되면 창업 2세 중 이사회에 남게되는 인물은 장남 임종윤 사장 한 명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 역시 내년 주총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20년 임성기 선대회장 타계 후 그의 3명의 자녀인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각기 이름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차례로 물러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주를 도와 각 사업부문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1세대 경영인들도 이번 주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말 퇴임이 결정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과 이관순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부의되지 않는다.

1996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한 권 사장은 연구센터장, R&D 총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한미약품의 바이오신약 프로젝트 다수를 지휘했다. 1984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관순 부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을 거쳐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두 전문 경영인과 창업주의 끈끈한 관계는 제약업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창업 2세와 1세대 경영인들이 빠진 자리는 2세대 경영인들이 채우게 된다. 그룹에 따르면 29일 주총에서 박재현 제조본부장(부사장), 서귀현 R&D센터장(부사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전무) 등 3명이 한미약품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들은 우종수 대표이사(경영관리부문 총괄)와 함께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제조, R&D, 국내영업 3개 영역을 대표하는 경영자가 동시에 이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 경영도 한층 강화된다. 29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는 송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의됐다. 이 안건이 의결되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는 송 회장과 이번에 신규선임되는 박준석 부사장 2명 체제가 갖춰진다.

결국 송 회장이 지주사 이사회를 주도하는 한편, 핵심 계열사 이사회는 각 부문 전문경영인들이 이끄는 구도가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그룹의 새 리더십이 되는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송 회장 중심의 확고한 책임경영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핵심 사업 부문인 제조, R&D, 영업 부문 총괄 책임자를 사내이사로 등재해 전문 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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