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직원 사돈 결혼까지 챙기면서…" 회사 복지에 뿔난 직장인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김도균 기자 2023.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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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가 사돈 결혼식까지 챙기는데 이게 맞나요?"(유통업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A씨)

A씨는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기혼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결혼축하금, 유급휴가 등의 사내복지 제도가 갖춰져 있다. 지원 대상에는 자녀는 물론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포함된다. 그는 "비혼을 결심한 직원뿐 아니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불공평하다"며 "미혼 직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건의 복지 혜택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혼을 결심하거나 결혼을 미루는 등 미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기혼자 중심의 사내복지 혜택을 미혼자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복지 방식 발굴을 통해 기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1년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0.3%)이 비혼 가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2050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 중 39.6%에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픽=윤선정디자인 기자/그래픽=윤선정디자인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기혼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직장 내 복지 제도가 시대에 뒤처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68.1%)은 '미혼 또는 비혼 직원에게 신혼여행 유급휴가, 축하지원금 등 기혼자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혼을 결심한 직장인 김모씨(29)는 "결혼축하금이나 자녀 등록금 등의 사내복지를 명목으로 회사가 일정 금액을 월급에서 공제한다"며 "어차피 나는 받을 수 없는 복지인데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결혼할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공제해서 서로 주고받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인과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직장인 조모씨(27)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미혼의 경우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기혼자나 미혼자나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데 결혼하지 않은 기간 동안 혜택을 동일하게 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일부 기업이 미혼 직원을 대상으로 복지 제도를 신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LGU+(LG유플러스)는 지난해 비혼 복지제도를 신설했는데 여론조사 플랫폼 '서치통'이 지난 1월5~9일 2776명을 대상으로 LG유플러스 비혼 복지 제도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비혼 지원금에 대해 6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다른 제도로 지원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출산 사회에 회사가 비혼을 장려하는 것 같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반대로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7.8%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근속기간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임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비혼을 선언하면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미혼 직원에게 연 1회 10만 원씩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혼 직원들이 받는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같은 비혼 복지 제도에 대해 50대 워킹맘 김모씨는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혼주의를 장려하는 도구가 될까 걱정된다"며 "사내복지는 직원들이 업무에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며 억지를 부리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복지 제도로 인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느끼는 현상 자체는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기존 주어지던 복지 혜택을 삭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방식의 복지를 제공하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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