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혼을 결심하거나 결혼을 미루는 등 미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기혼자 중심의 사내복지 혜택을 미혼자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복지 방식 발굴을 통해 기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인과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직장인 조모씨(27)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미혼의 경우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기혼자나 미혼자나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데 결혼하지 않은 기간 동안 혜택을 동일하게 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일부 기업이 미혼 직원을 대상으로 복지 제도를 신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LGU+(LG유플러스)는 지난해 비혼 복지제도를 신설했는데 여론조사 플랫폼 '서치통'이 지난 1월5~9일 2776명을 대상으로 LG유플러스 비혼 복지 제도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비혼 지원금에 대해 6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다른 제도로 지원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출산 사회에 회사가 비혼을 장려하는 것 같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반대로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7.8%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근속기간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임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비혼을 선언하면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미혼 직원에게 연 1회 10만 원씩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혼 직원들이 받는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같은 비혼 복지 제도에 대해 50대 워킹맘 김모씨는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혼주의를 장려하는 도구가 될까 걱정된다"며 "사내복지는 직원들이 업무에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며 억지를 부리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복지 제도로 인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느끼는 현상 자체는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기존 주어지던 복지 혜택을 삭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방식의 복지를 제공하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