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세자의 세금으로 지원해 월스트리트 구제금융에 대한 반발이 불거졌던 2008년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DIF는 금융기관에 대한 분기별 특별 평가 수수료와 국채 이자 등으로 조달된다.
당장 회사운영에 필요한 자금 집행에는 문제가 없게 됐으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악화가 불가피하다. 대형 은행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기피하는 가운데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스타트업들 예금 전액 보증 조치 환영… 재무담당자 늘릴 듯 가뜩이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조이면서 기술 해고와 지출 감소가 이어지던 시기에 SVB의 갑작스런 파산이 실리콘밸리 전체에 냉기를 퍼뜨렸다는 설명이다. SVB에 회사 자금을 예치한 스타트업 임원들은 주말 내내 트위터와 다른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에 구제를 간청했다.

기술 투자자인 애쉬 비를라는 지난 3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며 회사에 급여 지급 방법에 대해 조언하거나 사람들에게 지역 정치인에게 전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예금을 지원하되, 은행 주주들을 지원하진 않겠다는 연방 정부의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며 "기업들은 예금이 안전한지 아닌지 결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포함한 정부 기관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예금자 보호 조치와 별개로 SVB의 주주들과 일부 무담보 채권자들은 동일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비를라는 앞으로 며칠 내 스타트업들이 대거 대형 은행에 계좌 개설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를라는 "상당한 현금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보유 현금을 운용하기 위해 재무 담당자들을 고용하는데 관심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악몽 같았던 주말, 스타트업 CEO들 "이틀이 2년 같았다"SVB는 지금까지 다른 은행에 비해 스타트업들에게 믿을 만한 자금원이었다.
직원 65명이 근무하는 래드 AI의 독터 거슨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에 "직원 급여를 어떻게 지급할지 고민하느라 주말에 (이틀이 아니라) 인생의 2년을 잃은 것 같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예금 보호조치로 집단적 안도의 한숨 쉬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 큰 은행의 새 계좌로 돈을 옮길 계획이나 정확히 언제 모든 SVB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금 불안하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아시아 스타트업들도 미국 자본에 기대 성장해온 부분이 없지 않다. SVB는 중국에 현지법인 SPD실리콘밸리 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와 테마섹홀딩스, 윤펑캐피털 등 아시아 최대 펀드들은 지난 주말 서둘러 포트폴리오와 투자 대상 기업의 SVB 노출 현황을 파악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비커스 벤처 파트너스의 설립자 피니안 탄은 "SVB는 실리콘밸리 전문은행이라 근본적으로 아시아에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을 것이나 은행업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