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날개 단 카카오…K팝 손잡고 '비욘드 코리아' 가속 페달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김건우 기자 2023.03.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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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결국 카카오 승리]
양측 전격합의 배경 3가지 보니..① 자금력 차이 ② 당국 눈초리와 여론 ③ 승자의 저주 우려

SM 날개 단 카카오…K팝 손잡고 '비욘드 코리아' 가속 페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67,800원 ▲1,700 +2.57%))를 놓고 벌어진 1조원대 '쩐의 전쟁'이 카카오 (36,650원 ▼100 -0.27%)의 승리로 끝났다. 카카오를 상대하기엔 하이브 (172,900원 ▲3,000 +1.77%)의 자금조달 능력이 역부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 당국의 관심이 커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양측 모두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컸다. 이에 카카오와 SM, 하이브의 K-팝 플랫폼 협력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울러 SM 인수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시계가 빨라질지 등으로 업계 관심이 변화할 전망이다.

격화된 경쟁에 당국 눈치·자금 부족…이중고 빠진 하이브, SM 놓았다
12일 하이브가 밝힌 SM 인수 절차 중단 사유는 '시장 과열'과 '주주가치 부정 영향'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SM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업계는 하이브가 자금 조달력에서 결국 밀린 것이라 분석했다. 인수전이 불붙으며 하루가 다르게 인수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8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로 두 배 넘게 치솟았다. 그러나 시장 과열로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카카오는 곧바로 주당 15만원에 SM 지분 35%를 공개매수한다고 나서며 경쟁은 격화됐다. 이에 하이브의 맞대응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양측간 만남에서 카카오는 "하이브가 얼마로 매수가를 올리든 더 올릴 의향이 있다"며 주당 24만원까지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1조원 이상 실탄확보를 추진하지만 하반기에나 가능했기에 카카오가 배팅금을 올리면 당장 대응카드가 마땅치않았다.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양측모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컸다.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12일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했고, 카카오 측은 앞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SM 경영권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경쟁이 막을 내렸다.  사진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로고의 모습. 2023.3.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12일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했고, 카카오 측은 앞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SM 경영권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경쟁이 막을 내렸다. 사진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로고의 모습. 2023.3.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규제당국의 눈초리도 부담이 됐다. 금감원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정 혐의에대한 조사를 진행해왔고, 금융사들에게도 SM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이브 역시 SM 인수이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양측의 인수전에서 각종 폭로와 불법 논란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변수 제거한 카카오, 글로벌로…카카오엔터 IPO에도 '청신호'
카카오가 오는 26일까지 SM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기존 매집한 4.91%를 포함 SM 지분 39.91%를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는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김범수 창업자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비욘드 코리아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웹툰·웹소설), 영상콘텐츠에 이어 케이팝(K-Pop)까지 두루 갖췄으나 유명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가 부족한 게 아킬레스 건이었다. 따라서 강력한 아티스트 집단을 확보한 SM 인수는 천군만마와 같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2023.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2023.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카오는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SM의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 등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방탄소년단으로 웹툰 '세븐페이츠: 착호'를 만들었던 네이버-하이브 연합처럼 카카오도 에스파나 NCT 등으로 웹툰·웹소설과 메타버스 플랫폼 등 콘텐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나아가 다수의 드라마·영화를 제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역량으로 글로벌, 특히 북미 지역에서 매니지먼트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SM은 최근 카카오와의 사업협력을 공개하며 "글로벌 핵심 지역에서의 통합 법인 운영 및 합작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 역시 카카오와 SM 플랫폼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포기한 대신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기업공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M 인수로 목표 했던 기업가치 25조원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쪼개기 상장과 문어발 확장 논란, 불확실한 대외 여건 등으로 미뤄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원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K-팝 매니지먼트 사업은 SM 인수 성공 시 연간 2500만장이 넘는 음반판매량, 연간 250만명의 공연모객력을 갖추며 조 단위 매출로의 퀀텀 점프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함께 비전도 세우고, 가능성은 낮지만 합병 여부도 논의해야 하므로 (상장) 시간이 좀 늦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사진=뉴스1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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