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동맹' 깨는 배터리 소재사…시야 넓혀 완성차 업체와 '맞손'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3.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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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LG화학의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소재사의 거래관계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간 1대 1 단일 거래 관계가 공고했다면,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 배터리 업체를 넘어 완성차 업체와도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으며 공급망을 확대하는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을 앞세워 '배터리 종주국' 일본 본토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일본 혼다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법인 'L-H 배터리(Battery)' 기공식을 열었다. 이차전지 부문에서 한국과 일본 간 첫 전략적 협력 사례다.



LG화학은 일본 시장에서 고객 확장을 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넘어 일본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 등과 직접 거래를 기대한다. 파나소닉이 테슬라 향 공급에 집중하며 일본의 배터리 공급망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일본 완성차 업체가 해외 배터리 업체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협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LG화학이 일본 고객사를 확보하게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본 시장에 진출해 고객사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건 사실"이라며 "LG화학은 고객사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고 양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95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판매한다. 양극재 95만톤은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500만대에 필요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고객사를 넓혀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협력 구조를 다양화하는 소재사는 LG화학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단일 협력 구조를 깼다. 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와 전기차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32년까지 10년간 40조원 규모로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양극재 공급계약 중 최대 규모다.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해왔지만, 이제 삼성SDI에도 양극재를 공급하며 고객사를 다변화시킨 것이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제품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제품
배터리 회사를 건너뛰고 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늘었다.


엘앤에프는 테슬라에 3조80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니켈 함량 80~90% 수준의 프리미엄 하이니켈 양극재 7만7000톤을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공급한다. 전기차 80만대를 제작할 수 있는 양이다. 테슬라가 올해 연간 12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것에 비춰보면,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양의 양극재를 공급하게 됐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납품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캐나다에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해 2025년부터 생산되는 연산 3만t의 양극재를 8년간 얼티엄셀즈(GM·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에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엔 배터리 소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배경이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섰다. 자체 조달 체계를 확대해 차값을 낮추고 가격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단 의도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달하고, 특히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소재사 입장에서도 고객사를 늘리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소재사와 배터리 업체가 필요에 따라 파트너를 교체하는 등 거래관계 다양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배터리 소재사들의 협력관계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며 "벌써 단일고객 구조가 깨지고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시장에서 K-소재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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