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입주인데 "키 못 줘"…유치원 소송에 개포자이 400가구 '날벼락'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03.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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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입주인데 "키 못 줘"…유치원 소송에 개포자이 400가구 '날벼락'


오는 13~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입주중단으로 이사를 취소해야하는 입주예정자가 400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건축 전 단지 내 유치원(경기어린이집)이 200억원대 보상을 요구하며 건 소송에서 '입주중단' 카드를 꺼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일어난 일이다.

12일 건설업계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세대 키 불출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입주예정이던 400여가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이사업체 계약을 취소하고 임시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기간 자신의 집에 방문하는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할 예정이던 세입자가 계약취소 방안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잔금 일정까지 고려하면 자가 입주자나 세입자, 집주인 모두 혼란을 겪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청은 지난 10일 오후 조합 측에 입주 중지 이행명령을 내렸다. 단지 내 유치원 관련 소송으로 법원이 '한시적 준공인가 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영향이다. 이에따라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 측에 오는 13일부터 키 불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개포주공 4단지 시절 자리잡은 이 유치원은 재건축 결정 이후 퇴거를 결정했다. 상가 공유 지분 등 보상금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 해당 유치원은 약 200억원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송전이 진행됐다. 급한 건 조합이다. 이미 3375세대 입주를 시작했는데 유치원이 '입주중단' 카드를 꺼내면서다. 입주예정일이던 지난달 28일에도 당일에서야 부분준공인가가 났다. 이때도 유치원 관련 소송이 문제였다.

입주예정자 A씨는 "유치원은 재판부에 준공인가 처분을 요청하며 3000여가구 넘는 주민을 볼모로 받았는데, 법원이 이걸 받아준건 것"이라며 "관련 소송은 유치원과 조합이 금전적으로 해결할 문제인데, 관계없는 예비 입주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결정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결정도 아니며 최종 결정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려진 처분"이라며 "구청이 입주 중지라는 극단적인 이행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 사전에 조합의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 적법한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오는 24일 개포자이 단지 내 어린이집 관련 소송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심리(변론기일)는 오는 17일 예정됐다. 법원에서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는 재개되는 반면, 유지가 결정되면 입주 재개일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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