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빌 게이츠와 손잡은 HD현대, 'SMR 발전선' 디자인 첫 공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3.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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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발전선의 구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공개했다. SMR이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손꼽히는 중이어서, 기업들의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SMR 산업 육성·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240메가와트(MWe) 규모의 SMR 기반 발전선 기본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60메가와트 수준의 원자로 4개 세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디자인 콘셉트가 정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SMR 발전선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R은 전기출력 300메가와트 이하급 원자로다. 모듈 조립이 가능하고, 대형 원전에 비해 특히 안전성을 극대화한 에너지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추진 중인 콘셉트를 적용하면 보다 좁은 공간에는 60메가와트급 소형원자로 1~2개만 설치하는 게 가능하고, 더 넓은 곳에서는 6~8개 정도도 만들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추진하는 것은 바다 위 '부유식 SMR' 형태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도 SMR이 가능한 것이다. 조선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안가에 SMR 발전선을 띄우고, 바로 육지와 접안시키는 방식이다. 파도를 막아줄 방파제 시설도 설치한다. 이렇게 하면 바다 위 부지도 육상과 다름없게 된다.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기존 대형 원전 부지를 지속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유식 SMR 발전선' 시설의 하단에 원자로가 들어가고, 상단에는 수소와 같은 무탄소 연료를 생산하는 플랫폼이 들어가는 방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경쟁력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수소 '혼소(混燒)엔진'을 선보인 HD현대그룹은 2025년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HD현대그룹은 미래 에너지 기술 확보차원에서 SMR 발전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약 42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SMR 회사다. 2030년 무렵까지 와이오밍에 SMR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 SMR 프로젝트 /사진=테라파워 홈페이지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 SMR 프로젝트 /사진=테라파워 홈페이지
다른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0일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첫 번째 SMR 프로젝트에 대한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이다호에 건설하는 이 SMR은 총 462MW(77메가와트 6세트)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SMR의 일종인 소형용융염원자로(CMSR)의 파워 바지 개념 설계를 완료해 미국선급협회(ABS) 인증을 받았다. SK그룹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팔을 걷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8년까지 6년간 한국형 SMR 개발에 착수하고, 2030년에는 수출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토론회에서 "SMR에 확고한 정책 의지를 갖고 있다. 나보다 더 의지가 확고한 분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상민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상무는 국회 토론회에서 "기술 개발 속도를 생각하면 SMR을 통한 무탄소 연료 대량 생산은 사실 멀지 않은 미래"라며 "우리나라 전력망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해상 원전 모델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기업 입장에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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