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여만에 경영 복귀를 공식화한 지난 3일 그와 통화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현직때와 마찬가지로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쳤다.
그를 처음 만난 게 2008년 셀트리온이 정식 상장에 실패해 우회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을 때다. 당시 그는 억울해 했지만 자신감은 넘쳤었다. 그 후 몇 년 뒤 공매도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주장을 하던 어려운 시기에도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별다른 관심을 두진 않았지만 세간의 평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가'와 '희대의 사기꾼'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던 때다.
그는 항체시밀러 임상시험이 한창일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항체 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100%는 아니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100%다."
은퇴 2년만에 한시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건 은퇴했던 시점과 세계경제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서 명예회장은 "전세계가 경제위기이고 모든 오너들이 현장에 가서 일을 하고 있다"며 "오너가 해야할 일이 많은 상황이고 한시적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그는 "2년이면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가 오래하면 회사에 리스크(위험)이 될 수 있으니 정상화 되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떠났지만 결국 후배들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의 말에선 은퇴를 번복했다는 비난들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결단을 내리고, 이후 이뤄진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오너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과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복귀 사례처럼 셀트리온그룹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주가만 놓고보면 시장은 서 명예회장의 복귀를 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가 발표된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10% 내외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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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복귀가 회사 뿐 아니라 바이오산업에도 긍정적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현앤파트너스의 김현욱 대표는 "헬스케어 산업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며 "헬스케어 업계의 사실상 대부이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서 명예회장이 복귀하면 비단 회사 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 명예회장은 "후배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나의 역할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복귀가 지난해부터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현실에선 벌써 바람이 많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