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온' 후배에 웃음 터진 연경 언니 "그런건 얘기하면 안돼" [★인천]

스타뉴스 인천=김동윤 기자 2023.03.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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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오른쪽)과 이원정이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김연경(오른쪽)과 이원정이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연경 언니'란 애칭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김연경(35)이 후배 이원정(23·이상 흥국생명)을 위해 자청하고 인터뷰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홈 경기에서 KGC인삼공사에 세트 스코어 3-0(25-16, 29-27, 25-2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5승 9패(승점 76)로 2위 현대건설(24승 10패·승점 70)에 6점 차로 앞서며 정규리그 1위를 눈앞에 뒀다. IBK기업은행, 현대건설과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1점만 더하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경기 수훈 선수는 사실상 경기 분위기를 결정지은 김연경과 좋은 경기 운영을 한 세터 이원정이었다. 특히 이원정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경기 직전까지 투입을 고민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날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경기 후 "몸 상태가 좋진 않다. 하지만 우승을 일찍 확정 지으면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만 집중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3대0으로 이겨서 다행이고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두 팀에게 모두 중요한 경기였는데 우리가 승점 3점 획득하면서 우승까지 1점이 남아 기분 좋다. 또 지난 도로공사전에 안 좋은 플레이를 했는데 그 분위기를 만회할 경기를 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앞으로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가운데)과 흥국생명 선수단./사진=한국배구연맹김연경(가운데)과 흥국생명 선수단./사진=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의 좋은 분위기는 인터뷰 중에도 느껴졌다. 이원정은 아본단자 감독으로부터 주로 어떤 지도를 받았는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너무 많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시하신다"면서도 하나씩 말하려 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수많은 요구사항이 갑자기 떠오른 탓에 순간적으로 멘탈 붕괴(멘붕)가 된 듯한 상황. 그 순간 웃음이 터진 김연경은 "그런 건 이야기하면 안 되지 않냐, 작전인데"라고 말을 가로막아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연경 언니'는 따뜻했다. 김연경은 "세터는 모든 볼을 터치하다 보니 그 상황마다 전술을 기억하지 않으면 계속 엇박자가 나게 된다. 세터들이 그런 것을 외우기 조금 힘들어한다. 감독님이 (이)원정이에게 모든 상황, 모든 볼에 대해 이야기하시다 보니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대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이원정을 향해 "그래서 감독님이 뭘 많이 물어보냐"고 취재진을 대신해 묻는 등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모두가 멘붕 온 세터의 답을 기다리는 상황. 이원정은 "정리해서 말을 못하겠다. 감독님이 워낙 말을 많이 하셔서 솔직히 흘릴 건 흘린다. 블로킹, 토스, 서브 등 다양하게 이야기하신다"고 답변해 또 한 번 김연경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적한 지 이제 막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이원정이 팀에 잘 녹아든 덕분이다. 김연경은 "처음에는 (이)원정이가 사투리를 쓰는지도 몰라서 어색했는데 함께 훈련하면서 노력하는 선수라는 것이 느껴졌다. 트레이드로 마음 고생도 했을 텐데 팀에 잘 적응하고 많이 노력하는 점이 정말 좋아 보였다.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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