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할 테면 해봐라"…순천 돌아가는 천하람, 이준석과 동행?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3.03.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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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08.[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08.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새 지도부 체제를 꾸리는 가운데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경쟁했던 천하람 변호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이 김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거물들과 맞서 15%에 달하는 당심을 얻었단 점에서다.

친윤(친윤석열)계로 꾸려진 지도부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일제사격을 시작한 만큼, 이 전 대표와의 공동전선은 향후 천 변호사의 정치행보에 있어 자산인 동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천 변호사는 "당내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함을 가지고 온다"며 이 전 대표와 함께 비윤(비윤석열) 노선을 지속하겠단 뜻을 견지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남 순천 갑 당협위원장인 천 변호사는 당분간 지역 민심 다지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디어 활동을 통해 개혁보수 스피커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전당대회 경선으로 신경쓰지 못했던 지역구 관리에 나선다. 천 변호사는 지난 8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1년 앞으로 다가와서 최근에 소홀했던 우리 지역구 관리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천 후보를 비롯한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팀을 지원 사격했던 이준석 전 대표도 순천을 찾을 예정이다. 최근 출간한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와 관련해 전국을 돌며 소통할 계획인데 첫 시작점으로 순천과 경남 진주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치와 다소 동떨어진 지역에서 민심과 지역 현안을 훑으며 정치 행보에 나설 구상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경선 레이스는 마무리했지만 천 변호사와 이 전 대표가 순천에서 함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전당대회 이후 제기된 두 사람의 향후 관계 설정 여부에 대한 답인 셈이다. 천 후보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두 사람이 각종 현안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비윤 선명성을 강조하고 개혁보수를 내세웠던 천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보수진영 '빅 스피커'로 부각된 이 전 대표가 이를 채우는 역할을 했지만 일각에선 이 전 대표 존재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 변호사의 존재감이 가려질 뿐 아니라 이 전 대표와 새 지도부 성향을 비춰볼 때 향후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한 친윤계 신임 최고위원들은 당선 이튿날부터 일제히 '이준석 때리기'에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와 몇몇이 보여준 비정상적 행위를 당에서 영구히 추방해야 될 그런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고, 조수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엄석대는 이준석 전 대표였다"라고 했다.


새 지도부가 꾸려지자마자 이 전 대표에 대한 성토가 나오는 만큼 천 후보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벌써 이 전 대표가 내년 공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천 변호사를 비롯한 천아용인팀에도 페널티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동일한 노선을 걷겠단 뜻을 재확인했다. 천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질문에 "오히려 저의 매력도나 정치적 서사라든지 이런 걸 더 쌓아야겠다는 그런 숙제를 남긴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전대가 끝나자마자 제거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온다'라는 질문에 대해선 "제거할 테면 제거해봐라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공천 없이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두고선 "물론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제 지역구 같은 경우는 무소속 출마하면 표가 훨씬 더 많이 나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당원들이 15% 밖에 없으니까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생각인 것인데 이 15%가 가장 중도 지향성 있는 당원이다. 이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는 정치를 하면 저희 총선 결코 못 이긴다"라며 "이준석, 유승민, 천하람 등 당내 쓴소리하는 사람들이 당에 오히려 건강함을 가지고 오고 생동감을 준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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