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내부평가 매년 '최고'…글로벌 자문사는 "글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2023.03.12 12:09
글자크기

[MT리포트]금융사 사외이사, 그들은 '예스맨'인가

편집자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성이 약하고 잇속만 채우면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답게 조언을 하는 사외이사도 많지만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사외이사 내부평가 매년 '최고'…글로벌 자문사는 "글쎄"


'거수기'로 불리는 금융권 사외이사에 대한 여론은 극히 부정적이지만 내부 평가는 정반대다. 매년 사외이사들은 '최고' 등급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 주체가 본인이나 동료 사외이사인 경우가 많아서다. 새 사외이사 추천도 이른바 '셀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임하고 있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4명은 전원 '최고 수준', '최우수' 등의 평가를 받았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문성, 기여도 등의 지표를 평가한 결과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중 연임 후보로 추천된 이들만 21명이다. 교체 대상은 7명에 그친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유임된 것이다. 이사회 활동과 관련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연임 후 임기를 다 채웠거나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을 그만두는 경우만 통상 교체 대상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평가 주체와 객체 모두 사실상 사외이사라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를 실시한다. 사외이사 본인이 본인에게 점수를 주고, 동료의 활동도 평가한다. 이사회 사무국 등이 내부 평가도 진행하지만 동료 평가를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부 평가는 내부 주요 자료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사회 자체에 대한 평가도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뤄진다. 회의 시간이나 안건이 적정했는지, 이사회가 주어진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했는지를 개별 사외이사가 평가한다. 이런 이유로 업계 내부에서도 사외이사 본인이 속한 이사회에 박한 평가를 주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외이사 추천 역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에 의해 사실상 결정된다. KB금융은 주식 1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예비후보 추천 제도를 도입해 '폐쇄성' 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올해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노조와 이사회의 이견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국내 금융그룹 사외이사진에 대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 외부 기관의 평가는 내부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8명 재선임 안건에 반대 입장을 냈다. ISS는 "신한금융의 현 사외이사진은 지배구조와 위험관리에서 실패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ISS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당시 신한금융 사외이사 재선임건에 반대 표를 행사했다.


ISS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 ISS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 업체로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자문기관의 판단을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