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 맹목적 추격 안 된다…반도체로 차별화해야"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3.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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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양자기술, 퀀텀점프를 꿈꾸다⑦ 양자 선도국의 꿈, 전문가 조언은

편집자주 우리나라의 'IT(정보통신) 강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미래 전략기술의 핵심이 될 양자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어서다. 그럼에도 양자기술 육성을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양자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찾아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 /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 /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과학계는 양자기술 확보를 위해 선도국을 맹목적으로 추격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것처럼 선도국 대비 강점을 지닌 양자기술 분야를 선별해 국가의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양자기술 확보에 기존 반도체 등 제조업의 강점을 접목할 경우 기술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이 최근 경기도 수원 광교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이 최근 경기도 수원 광교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10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100년간 양자 원천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한국이 하루아침에 기술격차를 좁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는 아직 세계와 격차가 크지만,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센서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그 분야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 등 제조업 기술을 접목하면 차별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양자 간섭계'를 반도체 칩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분야에선 세계 최정상급 연구 역량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송·수신자 사이에 암호키를 양자신호를 이용해 분배하는 기술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도·감청을 시도하면 양자 상태가 바뀌어 즉시 감지할 수 있다. 한 단장은 "양자컴퓨터·통신·센서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반도체 칩으로 크기를 줄여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반도체 팹 활용하고, 양자 기초연구의 실용화 중요"

왼쪽부터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장, 정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장.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왼쪽부터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장, 정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장.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장은 "초전도 양자컴퓨터 소자를 만들 때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지만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가 양자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의 반도체 공정을 직접 활용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양자기술 개발을 위해 반도체 중고장비를 활용하거나, 나노종합기술원 등과 같은 전국의 공공 반도체 팹(Fab)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단장은 "양자 선도국 대비 유망 분야를 선택하고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양자통신 분야는 세계 수준과 근접해있으며, 양자센서는 선도국과 기술 격차가 5년밖에 되지 않아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기초연구를 실용화로 연계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개별 기술은 뛰어난 데 통합을 못 한다"며 "양자기술도 개발한 후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의 강소국처럼 국가가 인재·기술·자원·인프라를 어떻게 효율화할지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준연은 양자센서 분야에 강점을 보인다. 양자 자기장 센서, 중력 센서 등을 개발해 첨단 바이오, 국방 분야 혁신을 이끌고 있다. 또 2026년까지 5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 등과 격차가 크지만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만년 걸리는 계산을 수일 내로 할 수 있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개발이 필요하다.

정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장은 "양자센서와 암호통신 분야는 출연연과 기업 등이 기술을 개발해 와 경쟁력이 있다"며 "양자컴퓨터 기술은 국가 안보와 공급망 측면에서 매우 중요해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자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산학연 역량을 모아 양자기술 선제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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