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간판 /로이터=뉴스1
실리콘밸리 뱅크의 모기업인 SVB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미국 4대 은행인 JP모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씨티그룹은 이날 시가총액 520억달러가 날아갔다. KBW 은행 지수는 7.7% 급락해 3년 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이외에 팩웨스턴 뱅코프가 25%,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가 17%, 찰스 슈왑이 13% 급락했다, U.S. 뱅코프는 7% 내려갔고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인 JP모간 체이스는 5.4% 하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들의 가치가 급락했고 이런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라 엄청난 장부상 손실을 입고 있다.
다만 이는 평가손실일 뿐 미실현 손실이기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유한 채권 가격 급락으로 평가손실을 입은 은행이 예금 인출 사태를 맞아 이를 만회하고자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위기에 빠진다. SVB가 딱 이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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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는 기술기업들이 코로나 붐을 경험했던 2021년에 자산과 예금이 86% 늘어났고 SVB는 이 자금으로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SVB가 보유한 국채와 정부 보증채권의 가치는 폭락했다.
더 큰 문제는 실리콘밸리 뱅크의 주고객인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들이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자 예금을 인출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 뱅크는 지난해 2~4분기 동안 예금이 13% 감소했고 예금 인출은 올 1월과 2월에도 계속됐다.
전날(8일) 자발적 청산을 발표한 10대 암호화폐 전문은행 중 하나인 실버게이트 캐피탈도 SVB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실버게이트는 전날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으로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이 벌어져 큰 손실을 감수하고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팔아야 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은 시가가 하락해 평가손실을 낼 수는 있지만 만기 때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SVB와 실버게이트는 예금이 급감하자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시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팔아야 했던 것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현재 미국 은행들의 매도가능증권과 만기보유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6200억달러로 1년 전 80억달러에 비해 급증했다.
미국 은행들이 코로나 팬데믹 때 예금이 늘어나 채권 보유를 늘린 것도 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손실을 부풀리는 역할을 했다.
FDIC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미국 은행들의 국내 예금은 38%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7%밖에 늘어나지 않아 은행들은 예금으로 쏟아져 들어온 현금을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일 때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연준에 따르면 미국 민간 은행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53% 급증한 4조580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