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3일 신 회장은 3년만에 롯데칠성음료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감귤공장 부지에 증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인허가작업을 마치고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검토 중이다. 계획안에는 위스키 제조공정을 관람하고 시음하는 한편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 제조방법 등을 설명하는 박물관 설립 계획도 담겼다.
유력한 후보지는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신세계L&B 제주사업소다. 전신이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의 소주생산공장이다보니 인허가 과정에서 유리하다. 제주소주가 소주 신제품 '푸른밤'의 실패 후 청산하고 신세계L&B에 흡수합병 되면서 제주소주공장의 역할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신세계L&B가 소주사업을 재개하고 공장을 가동한 상황이어서 대체부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은 2019년 골든블루 출시 10주년 자리에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제조하겠다"고 선언했다. 골든블루는 자체 브랜드의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지만 원액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당시 골든블루는 증류소를 짓고 연간 100만명이 찾는 대만의 카발란 증류소처럼 관광명소화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위스키 원액을 직접 생산할 뿐 아니라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시음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52시간 도입과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도입으로 고가 주류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증류소 설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주류업계는 최근 대기업들의 자체 위스키 제조시설 설립 추진을 주류사(史)에 있어 의미있는 사건으로 본다. 1980년대 진로, 오비 등이 국산 위스키 제조에 도전했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한 사례가 있다. 그 사이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와 김창수 증류소같은 개인형 증류소가 한국형 위스키 생산을 시작한 상태지만 대기업까지 뛰어들면 전체 위스키 시장의 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주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환경이 좋아지면서 자본력있는 회사들이 위스키 원액 생산에 관심이 커진 것은 반가운 일"며 "미국, 일본, 대만과 달리 한국 위스키가 성장하지 못했던 배경에 과세체계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