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바닥 찾는 외인, 환차손 봐도 '줍줍'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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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바닥 찾는 외인, 환차손 봐도 '줍줍'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고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주식을 팔아 치웠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미국발 긴축 공포는 여전하지만 제한적인 달러 강세와 한국 증시의 빠른 반등 가능성이 외국인 매수 유인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 1월 2200선에서 2400선으로 8%대 반등한 뒤 2월부터 현재까지 박스권이 이어진다. 2월 이후 지난 8일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0.28%에 불과하다. 올해 장 중 고점 1월27일(2497.4) 대비 2.62% 하락했다.



환율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손실폭은 더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일 1220.3원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다시 1300원대를 돌파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0.8원 오른 132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저점 대비 약 8% 반등한 것으로 원화가 달러 대비 그만큼 싸졌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서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입장에선 매도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데 원화 가치가 싸지면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환율과 코스피 상관관계를 보면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 2020년1월부터 현재까지 환율과 코스피 지수와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51로 음의 상관관계다. 달러가 강해지면(환율 상승) 글로벌 자금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를 부르고 주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환율과 코스피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2월 들어 환율이 급등했는데도 코스피 지수가 견조했던 배경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있다. 외국인은 올해 1월 코스피 시장에서 6조4803억원 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2월 8887억원, 3월(2~8일) 1조114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미국발 긴축 공포가 재부각됐지만 이전 같은 '킹달러'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한국 증시가 미국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에겐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보적 긴축 속도로 달러화 독주를 막기 어려웠다"며 "올해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양호한 유로존 경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 변화 등이 달러 강세를 제약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가 반등한다면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한국 증시가 먼저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2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많은 종목들은 △삼성전자(2조3348억원, 이하 순매수 규모) △삼성SDI(6985억원) △현대차(3056억원) △SK하이닉스(2879억원) △에코프로(2714억원) △에코프로비엠(2638억원) 등 경기 민감 업종 위주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4계절로 치면 한국 증시는 지금 겨울(침체기)을 지나 초봄(반등기)에 진입한 것"이라며 "증시 계절성을 잘 아는 외국인은 이런 시기에 매수해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29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가격 변동성에 수시로 노출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가 선행성을 고려하면 지난해 같은 약세장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2150~2700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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