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스텝' 위기 아닌 기회"…미국 채권 사들이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3.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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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국내 투자자 미국 채권 1조원 순매수…"이자 노리고 단기채권 매수"

"美 '빅스텝' 위기 아닌 기회"…미국 채권 사들이는 개미들


3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빅스텝(한 번에 금리 0.5% 인상)을 단행하고, 최종 금리까지 상향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이를 기회 삼아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 채권을 사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2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채권을 7억8350만달러(약 1조354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서 채권 8814만달러(약 116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1년 만에 채권 투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월별 동향을 살펴봐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증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5416만달러(약 715억원)에 불과했던 미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올해 2월 3억7918만달러(약 5009억원)로 증가했다.



미국채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국내 증권사 5곳의 개인 투자자 대상 미국채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올해 1~2월 미국채 판매액은 7조19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71% 증가했다.

채권뿐 아니라 미국채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도 증가하고 있다. 'KODEX 200미국채혼합 ETF'의 순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연초 이후 87억원 증가했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의 순자산은 454억원 늘어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처럼 미국 채권과 ETF를 사들이는 이유는 아직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에 금리가 높은 단기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와 물가 지표가 컨센서스를 웃돌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흔들리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월 고용지표와 물가가 컨센서스를 상회한다면, 시장은 3월 FOMC에서 0.5%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리 상승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066%, 3년 만기 미국채는 4.735%, 10년 만기 미국채는 3.976%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채는 지난 1일에는 연 4.01%를 기록하면서 4%를 넘어섰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화되면서 장기채권 대비 고금리 단기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고금리 캐리(이자이익)가 목적이라면 듀레이션(잔존만기) 3년 미만의 미국 단기채권 ETF 투자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장기채권은 금리가 올라갈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하지만, 이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3월 FOMC에서 확인된 최종 기준금리 경로가 지금 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는 수준인5.50~5.75% 정도에서 그친다면, 금리의 추가 상승 동력은 소멸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3월 FOMC 전까지는 혼란하겠으나, 생각보다 금리가 안정되는 시기가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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