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이사회 부결 '0건'…'예스맨' 사외이사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3.03.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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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사 사외이사, 그들은 '예스맨'인가

편집자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성이 약하고 잇속만 채우면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답게 조언을 하는 사외이사도 많지만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 부결 '0건'…'예스맨' 사외이사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이 '0건'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모든 이사회 안건이 의결됐다. 반대 의견조차 거의 없었다.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전에 사외이사들과 충분히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지주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총 128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 하나금융에서 두 번 안건이 수정 의결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안건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2021년에도 부결은 없었다. 4대 금융 이사회는 2021년 113건의 안건을 논의했고, 부결없이 모두 통과시켰다. 신한금융에서 한 번 안건이 수정 의결됐고, 나머지는 원안 의결됐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의결 안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경우도 적었다. 지난해 신한금융에서 3건, 우리금융에서 1건 반대가 나왔고 2021년엔 신한금융에서만 반대가 4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와 회장 사이 친분 때문에 견제·감시 기능이 약화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지주는 CEO(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 사외이사끼리 친분이 두터운 경향이 있다"며 "CEO가 결정한 사안, 혹은 다른 사외이사들이 합의한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금융지주 회장이 특정 사외이사들에 대한 의전에 특별히 신경쓰라고 내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며 "사외이사들이 완전 거수기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회장과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관계가 친밀하다 보니 독립성이 약화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의 특별공로금 지급 승인·주주총회 상정 안건을 모두 찬성했다. 당시 공로금 지급 여부를 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끼리 의견이 갈렸는데, 이사회에선 만장일치였다.

찬반 투표 없이 논의만 하는 보고 안건에도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이사회는 보고 안건에 1건의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은 전체 89건의 보고 안건 중 10건에 의견을 냈고, 하나금융은 전체 55건 중 3건의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의결 안건이든 보고 안건이든 이사회 전에 안건 내용이 공유되고, 사외이사들이 이를 심의·검토한다"며 "이사회에는 비쟁점 사안, 즉 합의 사안이 주로 안건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 제시나 반대가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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