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D현대, '굴삭기 쓴맛' 본 중국에 독자 로봇공장 설립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3.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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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보틱스 중국 산업용로봇 공장 개소식 /사진=현대로보틱스 SNS현대로보틱스 중국 산업용로봇 공장 개소식 /사진=현대로보틱스 SNS


HD현대가 중국에서 독자 로봇 사업을 개시했다. 주요 제조업체가 중국을 등지고 생산거점을 다른 국가로 옮기는 추세지만, 늘어나는 현지 스마트팩토리·자동화설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10일 HD현대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 중국 강소법인은 지난 6일부터 장쑤성 남부 창저우시에 산업용로봇 본체·제어기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돌입했다. 신규 공장은 8300㎡(약 2500평) 부지 위에 건립됐으며 연간 생산량은 3000대 규모다. 현대로보틱스가 2019년 하공지능(哈工智能)과 현지 로봇사업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저장성 하이닝시에 스마트 로봇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독자 공장 운영은 처음이다.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시작됐다. 그룹 내 대표적인 '중국통' 강철호 현대로보틱스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 대표는 칭다오 한국총영사관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푸단대 MBA 과정을 마쳤다. 외교부를 나와 HD현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현지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 중국 지주사 설립을 도맡아 했고 2010년 지주사 법인장에 올랐다. △아산나눔재단 초대 사무총장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6월부터 현대로보틱스 대표를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의 중국 프로젝트가 주요 기업들이 보인 행보와 엇갈리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미래먹거리 사업인 산업용로봇 공장을 현지에 신설한 것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삼성·LG 등은 아시아 가전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바꿨다. 다른 대기업도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 뿐만 아니라 진출 초기 비교적 큰 수익을 내다 현지 기업에 추격·역전을 당하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D현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HD현대 중국 지주사의 핵심 사업은 굴삭기였다. 지금은 HD현대 계열사로 편입된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2000년대 후반까지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쳐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였으나 2010년대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건설기계 시장이 악화해 양사 모두 1% 안팎으로 점유율이 쪼그라 들었다.

HD현대는 비록 한 차례 쓴맛을 봤지만,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중국 시장에 재차 도전장을 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중국 산업용로봇 시장이 향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내에서 제조·수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원가경쟁력 확보와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원활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체 공장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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