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1월 2200선에서 2400선으로 8%대 반등한 뒤 2월부터 현재까지 박스권이 이어지고 있다. 2월 이후 지난 8일까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0.28%에 불과하다. 올해 장 중 고점인 1월27일(2497.4) 대비로는 2.62%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입장에선 매도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데 원화 가치가 싸지면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2월 이후 코스피 지수는 보합권이지만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 지수에 해당하는 '아이셰어즈 MSCI 사우스 코리아'(iShares MSCI South Korea) ETF(상장지수펀드)는 6.7% 하락했다.
최근 환율과 코스피 지수와의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2월 들어서 환율이 급등했는데도 코스피 지수가 견조했던 배경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있었다. 외국인은 올해 1월 코스피 시장에서 6조4803억원 어치를 순매수한데 이어 2월에는 8887억원, 3월(2~8일)에는 1조114억원을 순매수했다. 매수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졌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조단위 순매도가 이어졌던 과거 흐름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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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환율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1400원을 돌파했던 달러 초강세가 다시 나타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달러 지수는 유로화, 위안화, 엔화 등의 상대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중국과 유럽 경기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어 달러 강세의 흐름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보적인 긴축 속도로 인해 달러화 독주를 막기 어려웠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양호한 유로존 경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 변화 등이 달러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일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전 처럼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다. 최종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지만 큰 방향성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은 완화 기조에 있고 금리 인상 사이클은 후반부에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경기가 반등한다면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한국 증시가 먼저 돌아설 가능성도 외국인의 매수를 부르는 요인이다. 2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많은 종목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77,100원 ▼1,500 -1.91%)(2조3348억원, 이하 순매수 규모) △삼성SDI (419,500원 ▼2,500 -0.59%)(6985억원) △현대차 (251,500원 ▼1,000 -0.40%)(3056억원) △SK하이닉스 (174,500원 ▼5,300 -2.95%)(2879억원) △에코프로 (110,200원 ▲6,800 +6.58%)(2714억원) △에코프로비엠 (239,000원 ▼6,500 -2.65%)(2638억원) 등 주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 위주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증시의 4계절로 치면 한국 증시는 지금 겨울(증시 침체기)을 지나 초봄(반등기)에 진입한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계절성을 잘 아는 외국인은 이런 시기에 매수해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29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 증시는 가격 변동성에 수시로 노출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가 선행성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같은 약세장이 출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2150~2700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