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양국 분위기가 해빙되면 R&D(연구개발) 등 더 적극적인 수준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두 나라의 관계 자체가 얼어붙은 탓에 일본이 수출 규제한 3가지 핵심 소재(에칭가스·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산업 협력 자체에 있어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해선 한국과 일본 간 협업이 많이 필요하다"며 "수출 규제 당시에는 기업 협력에도 일본 정부가 관여했지만 (수출 규제 해제로) 그런 리스크가 제거되면 일본과의 소부장 협업이 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들은 소부장 국산화 시도는 더 확대할 방침이다. 4년 전 '큰 일'이 예방주사가 된만큼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이제 와서 줄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관련 품목 수출 규제 당시 당혹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 타격은 미비했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규제가 소재에 대한 수출 허가가 '포괄'에서 '개별'로 변경된 것인만큼 완전한 수출 금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맹주가 있는 한국 시장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 규제를 피해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일본 스미토모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은 2021년에 전북 익산에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오히려 한국의 소부장 경쟁력 강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기업인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가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SKC코오롱PI는 폴리이미드를 제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중 반도체 핵심품목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수출규제 전인 2018년 34.4%에서 지난해 24.9%로 9.5%포인트 줄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민관이 협력해 국산화 노력에 매달리면서 지금은 일본산을 대체할만큼 시스템을 갖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 사이 전세계적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 심화되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선 반드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업들이 더 체감했을 것"이라며 "일본 수출 규제가 해제되더라도 국산화도 다변화의 한 축이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더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