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 "양자, 국가의 운명 좌우할 전략기술…전폭 지원해야"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안재용 기자 2023.03.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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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양자기술, 퀀텀점프를 꿈꾸다③

편집자주 우리나라의 'IT(정보통신) 강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미래 전략기술의 핵심이 될 양자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어서다. 그럼에도 양자기술 육성을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양자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찾아본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려의 왕건이 후삼국 통일 전 후백제의 견훤을 견제하기 위해 했던 일이 뭔지 아십니까?"

머니투데이 the300이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지난해 대표 발의한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의 취지를 묻자 그는 대뜸 청나라 초대 황제인 누르하치와 왕건 등 역사 이야기로 입을 뗐다

그는 "청나라가 발원한 곳은 철기문화의 핵심인 철광석 지대다.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칠 수 있었던 것도 철기를 다루는 기술 덕분"이라며 "왕건이 (호남) 영산강 밑까지 진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산강 일대는 당시 최첨단 기술인 도자기, 즉 세라믹 기술을 보유한 첨단단지"라고 설명했다. 한 시대를 좌우할 전략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선점하느냐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취지다.



변 의원은 현 시대의 국가 전략기술로 양자기술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그간 신봉했던 고전 물리학은 양자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양자기술은 반도체, 통신 등 기존 전자산업은 물론 인류 문명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다만 "양자의 특성을 이해하려 새로 양자물리학 이론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현상의 재연만 가능할 뿐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변 의원은 글로벌 유망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제정안에 이 같은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다. 제정안의 핵심은 R&D(연구개발) 지원과 인력양성, 이를 위한 재정기반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양자기술 관련 정책을 심의·조정·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양자전략위원회 설치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상호 연계한 양자 클러스터 지정 및 재정지원 △재원확보와 관련 사업 추진과 운영 등을 위한 양자기술 특별회계 설치 등의 근거 조항이 담겼다.



변 의원은 양자기술만큼은 정부 지원정책이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뀐다. 모든 정부가 전 정부 흔적을 지우려다보니 겨우 만들어놓은 정책도 날아가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변 의원이 이 법을 발의한 때도 문재인 정부 말이다. 그는 "당시 일선 공무원들이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행정부 차원에서 진흥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근거와 의미를 입법으로 부여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우리나라 양자기술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변 의원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R&D 예산의 관리체계를 꼽았다.

그는 "사업시행 이후 평가를 위한 지표에는 당초 연구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물론 석·박사과정 몇 명을 길러냈는지도 반영해야 한다"며 "양자기술의 특성 상 당장 뚜렷한 성과가 없어 보일 수 있는데 기존 방식대로만 평가하면 다음 사업에서는 예산이 바로 깎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학은 절대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했다.


변 의원은 또한 국내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반드시 국내에서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 산업계가 모두 흡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생태계도 일자리도 없다"며 "우리 기업 연봉은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당장 고급 인력들의 해외행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글로벌 대기업과 대학에서 연구하며 역량을 키우면, 향후 그들이 한국 인재와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고 한국 산업계가 커진 후 돌아와 활약할 수도 있다. 한인 전체의 역량을 키워가는 게 한국의 양자산업계가 뒤처지지 않을 방법"이라고 했다. 인재양성은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외 산업 생태계 성장 속도와 발맞춰야 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변 의원이 발의한 양자기술 육성법안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단계를 밟고 있다. 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역시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여야 간에도 이견이 없는 만큼 국회 문턱은 금방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는 여야가 각자 발의한 법안의 표현과 체계를 정리하는 작업만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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