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업계 신사'로 통했던 이 회장이 작고한 지 10일로 10주기를 맞는다. 세아그룹은 간소하게 10주기 행사를 치른다지만 산업계에는 고인의 삶과 철학이 새삼 깊고 넓게 회자된다.
그룹이 50살이 되던 2012년, 미래비전 수립 업무를 맡은 회사 직원이 이 회장에게 물었다. "앞으로도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우리가 꼭 가져가야 할 것을 하나만 꼽으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이 회장이 말했다. "정직입니다." 그 직원은 "순간 좀 멍했다"고 했다. 회장과 회의를 앞두고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연구했지만 '정직'을 최우선 가치로 꼽은 회사는 없었다.
당시 이 회장이 꼽은 세가지 키워드가 바로 정직과 열정, 실력이다. 이후 세아의 길은 이 세가지 가치를 최우선으로 이어져왔다. 인재관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머리가 영리하고 재치가 있는 사람보다는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 변함이 없고 꾸준한 사람, 정직한 사람을 더 원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던 정신과 원했던 기업문화가 여기서 읽힌다.
변할 수 없는 정직의 기반 위에서 세아그룹은 변모를 꾀해 왔다. 특수강을 앞세워 우주산업까지 정조준하고, 커지는 풍력발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 영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를 확충했다. EU(유럽연합)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실적도 견실해졌다.
그 과정에서 세아는 미래를 보는 만큼이나 이 회장이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변화의 길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핵심은 정직이다. 이는 이 회장의 유명한 철학인 심여철(心如鐵), 즉 철과 같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철은 세상에 수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늘 처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겸손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철과 같은 마음입니다." 생전의 그가 늘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