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글로벌 경매업체 소더비, 서울옥션 인수확정…막판협상중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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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옥션 회사소개서 갈무리/사진=서울옥션 회사소개서 갈무리


영국 경매업체인 '소더비'(Sotheby's)가 한국 경매업체인 서울옥션 (8,670원 ▼170 -1.92%)을 인수한다. 한국은 최근 명품과 미술품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홍콩을 대신할 아트 허브로 꼽히기도 한다. 소더비를 제외한 글로벌 톱3 경매사들도 한국에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9일 투자은행(IB) 및 미술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더비는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의 지분(13.31%)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31.28%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옥션측과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매각 주관사는 모건스탠리다.



소더비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 경매업체로 1744년 영국에서 설립됐고 뉴욕증시 상장기업이기도 하다. 1990년대 한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적 있고, 지난해 10월 다시 한번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서울지사 설립을 검토했다. 서울지사 설립보다는 서울옥션처럼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는 전언이다.

미술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매사 3곳(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중 크리스티와 필립스는 이미 한국 내 사무실이 있다"면서 "아시아 미술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고, 아직도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경매업체들도 아시아 거점을 더 공격적으로 넓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옥션도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딜 조건만 맞으면 소더비 입장에서도 나쁜 카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옥션을 소더비가 인수하게 되면 서울옥션이 국내 최대 규모의 경매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국내 경매시장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호재 회장의 마지막 숙원사업이 '서울옥션 매각'이란 얘기가 돌았고 올초 시무식 행사에서도 임원들의 입에서 매각작업이 재차 거론된 바 있다.

소더비에 앞서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2021년 3월 미술품의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을 회사 정관의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그해 12월엔 서울옥션 지분 4.8%를 280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신세계는 서울옥션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딜 조건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이달 초 서울옥션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후 이 회장은 소더비와 협상을 시작했는데, 지난달 21일 가나아트 40주년 행사에서는 기자들에게 "소더비가 서울옥션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간 인수합병(M&A)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되기에 이 회장의 발언은 이례적이었다는 평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소더비가 서울옥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고 서로 윈윈(win-win)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서울옥션이 그간 미술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만큼 국내 미술시장을 '미술산업'으로 판을 더 키워야 한다"고 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소더비와의 협상이 완료됐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현재 증시 상황을 보고 양사가 신중하게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옥션은 현재 조직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더비 인수를 전제로 몸집을 가볍게 하고 사업구조 재편도 그에 맞춰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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