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개발비 "이제 사실상 자산"…대웅, 신약 수확의 계절 임박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3.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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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개발비 "이제 사실상 자산"…대웅, 신약 수확의 계절 임박


대웅제약 (121,300원 ▼800 -0.66%)의 지난해 개발비 자산화 금액이 12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45.4% 급증한 규모다. 임상 3상 진행 중인 신약 가운데 상당 부분의 개발이 진척됐다는 판단에서 해당 금액만큼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 그동안 투자한 신약의 상업화 시점이 임박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내 허가를 받고 올해 출시가 예정된 당뇨병 신약 엔블로 관련 프로젝트의 자산화 금액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지난해 자산화한 개발비는 총 1205억원이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의 개발비 자산화 금액은 지난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늘어나게 됐다. 2019년 200억원대 이던 자산화 금액은 2020년 400억원대로 불었고 2021년엔 800억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엔 12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개발비 자산화는 R&D 비용 중 회사측이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금액이다. 회사 판단에 따라 처리되지만,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작부터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임상 3상 단계에 접어든 신약 중 개발 진행에 따라 추후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무형자산으로 처리되는 비중이 높아진다.



따라서 개발비 자산화 금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보유한 신약의 상업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사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 연구개발비가 늘어날 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단기적으로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자산화 금액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신약은 당뇨치료제 엔블로였다. △단독 요법△2제 요법△3제 요법△인슐린 병용△Met 병용 등 엔블로 관련 5개 개발 프로젝트의 자산화 금액 총액은 313억원으로 전년보다 111.4% 늘었다. 엔블로 단독요법과 2제 요법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올해 2분기 중 출시가 목표인 만큼 사실상 상업화 직전 단계여서 자산화 금액 증가폭이 컸다. 3제 요법도 품목허가가 신청된 상태다.

지난해 전체 자산화 금액 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신약은 대웅제약의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공동 개발중인 바이오신약 HL036였다. 자산화 금액은 393억원으로 전체 32.6% 비중이었다. 안구 내 염증을 유발해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신약으로 300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9개 안과병원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2025년 출시가 목표다.


2021년 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의 적응증 추가 임상 3상의 자산화 금액도 109억원으로 비중이 높았다.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관련 임상 3상으로 2024년 허가가 목표라는게 대웅제약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이처럼 무형자산화 비중을 높인 임상 3상 신약 개발에 속도를 더하는 한편, 개발 초기 단계 신약에도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사주 약 42만7000주를 모회사 ㈜대웅에 처분하고 500억원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전일 밝혔다. 이번에 확보한 현금으로 △펙수클루 후기 임상△엔블로 후기 임상△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자가면역질환치료제 DWP213388 임상 1상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윤재춘 ㈜대웅 대표는 "이번 대웅제약 지분 취득 결정은 최근 2년 연속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등 대웅제약의 미래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보호를 위한 미래성장 가능성 증명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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