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홀딩스, 역대 최대 실적에 배당금↑…"주주가치 제고 고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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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홀딩스 (83,700원 ▼500 -0.59%)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주당 배당금을 대폭 늘렸다. 배당 정책 변경으로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회사측은 안정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주당 3050원의 현금 배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비율)은 66.1%다. 시가배당율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오른 4.9%다. 역대 주당 배당금은 △2019년 1000원 △2020년 1200원 △2021년 2000원 △2022년 3050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배당금도 대폭 늘었다. 자회사 영원무역 (37,550원 ▼250 -0.66%)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눕시 패딩'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8.7% 증가한 835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자회사의 실적 성장 덕분에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142억원, 당기순이익 8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7.8%, 101% 증가했다.

실적 증가와 배당금 확대에도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배당 정책이 바뀌면서 이전보다 배당금이 줄어들 우려가 나온 영향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2일 배당 정책을 기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10%에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50%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배당성향은 늘었지만 배당 가능 이익은 적용 기준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별도 재무제표로 바뀌면서 줄었다. 기존 배당 정책대로라면 이번에 지급될 총 배당금은 440억원(연결 기준 지배기업 당기순이익의 10%), 주당 배당금은 3790원으로 예상됐지만 배당 정책 변경으로 총 배당금은 354억원, 주당 배당금은 3050원으로 감소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의 제고라는 대명제를 준수하기 위해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과 고민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우선 배당 기준을 연결에서 별도로 바꾼 것은 지주사들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당기순이익에서 얼마나 배당되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주주환원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국내에선 삼성물산, LG, SK, 롯데지주, 한진칼 등 주요 지주사 혹은 지주사격 회사들이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원도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9월 스캇(Scott)의 2대 주주인 비아트 자우그(Beat Zaugg)가 보유한 스캇의 지분 취득을 위해 콜옵션 권리 확인을 구하는 중재를 제기했다. 12월에는 일본 골드윈사와의 경업금지 조항이 해제돼 신규 브랜드 확대가 가능해졌다. 경영 환경 변화에 대비한 중장기 투자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지주사로서 자체 역량을 강화해 자회사 실적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자회사 영원무역이 올해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올해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수준으로 손익훼손을 일부 상쇄해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현재 고객사들의 재고 감축 노력으로 수주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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