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전북은행?… "고팍스·페이코인 둘 다 감당하겠나"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3.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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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6일 전북 전주시 전북은행 본점을 찾아 '전북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 앞서 전북은행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7.26/뉴스1  (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6일 전북 전주시 전북은행 본점을 찾아 '전북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 앞서 전북은행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7.26/뉴스1


전북은행이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 페이코인(운영사 페이프로토콜)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전북은행이 페이코인과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면서 '1은행-2가상자산 사업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과거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 2곳의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자금세탁방지(AML) 역량 차이가 있다. 또 고팍스와 페이코인에 잡음이 많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1은행-2거래소... 은행 AML 역량 중요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북은행은 실명확인계좌를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이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과도 실명확인계좌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과거 NH농협은행과 빗썸·코인원에 이어 1은행-2사업자 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1개 은행이 2개 사업자와 실명확인계좌를 맺은 사례는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이전부터 계약을 맺었던 NH농협은행과 빗썸·코인원 정도였다. 이후 지난해 8월 코인원은 NH농협은행을 떠나 카카오뱅크와 계약을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1은행-2사업자 체제가 종료됐다.

일단 금융당국은 2은행-1사업자는 자금세탁 문제 등 특금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아 반대하는 입장이다. 1은행-2사업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은행의 AML 관리 능력을 중요하게 판단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은 사적계약 영역이지만 거래소 AML뿐 아니라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을 커버할 수 있는 충분한 AML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국이 1은행-1사업자 원칙을 권고하지는 않았지만 은행이 여러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건 관리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이 복수 사업자를 커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 AML 평가에서도 인터넷은행이 최하위권, 지방은행도 중하위권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영업 확장, 수익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코인·고팍스 끊이지 않는 잡음도 골칫거리
고팍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사진=뉴스1고팍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사진=뉴스1
혹자는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페이코인의 운명의 칼자루를 쥐었다고 하지만 능력 밖의 무리수가 될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고팍스와 페이코인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실명계좌 협상을 진행 중인 페이코인은 유통량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혹까지 휩싸이면서 자금세탁 우려가 부각된 상황이다.

내년 8월까지 계약을 맺은 고팍스의 상황도 복잡해졌다. 고팍스는 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지난달 초 등기상 대표이사가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에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변경됐다.

특금법상 등기임원 변경은 신고사항으로, FIU는 고팍스의 신고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 수리 여부를 통지하게 돼 있다. 문제는 FIU가 신고수리를 해줄지다. FIU는 변경 신고 검토 과정에서 대주주가 아닌 임원진의 특금법상 금융법령 위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지만 FIU 심사가 진통을 겪을 수 있단 관측이 있다.

최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서류상 본사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이고,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미국 검찰로부터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받는 등 복잡한 이슈가 많아서다.

만약 FIU가 변경신고에 대해 '불수리'한다면 거래소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전북은행 역시 지배주주 리스크 등 실명계정의 적정성에 대해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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