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 지원 서둘러야"…여야, K칩스법 처리 공감대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3.03.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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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K칩스법) 처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반도체지원법 내 보조금 지급 기준에 국내 기업에 불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되면서 여야가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달 내 본회의 통과도 가능할 전망이다.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더불어민주당은 빠른 시일 내에 자체 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첨단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으로 현행 8%에서 15%로 상향한다는 내용의 정부안보다 비율을 낮출 의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의원은 심지어 세액공제율을 정부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과감한 지원대책 서둘러 마련해야"…여야 합의 급물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경제위기대응센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등과 긴급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보조금 심사기준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실효적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미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 기둥인 반도체 산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보조금 심사구진앋.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중국 내 (한국기업의) 생산기지들이 고사되고, 초과 이익의 과도한 환수 같은 반도체 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을 포함해 국가경제의 미래가 담긴 첨단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대전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산업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국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미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동맹국이자 핵심 파트너인 대한민국의 국익을 부당하게 침해한 부분은 당당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도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위기대응센터장을 맡은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미국 반도체지원법 관련해) 한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지혜를 잘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며 "한국이 소위 한미동맹 과정에서 희생하는 게 있다면 얻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 국익적 실행을 잘 해야 할 것"이라 했다.

반도체 투자 관련 세액공제 확대 외 새로운 제안도 나왔다.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이 미국 반도체지원법 1차 세부 사항에 업무 기밀 공개가 조건으로 담긴 부분을 언급하며 "첨단기술 외국 공개금지법 등 독소사항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병욱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에 대한 장기적 검토 필요성을 제의했다.

민주당發 법안 곧 내놓을듯…세액공제 '15%+α'
민주당이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K칩스법 처리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경제위기대응특위 간사인 홍성국 의원은 이날 긴급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처리와 관련 "아직 논의하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곧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세액공제 비율에 대해서는 "정부안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부 있다"고 답했다.

오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조세소위를 열어 K칩스법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이 자체 법안을 함께 상정해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 합의안이 당일에 조세소위를 통과하면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3월 내 본회의 통과도 가능할 수 있다. 3월 본회의는 23·30일에 열릴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당초 민주당은 K칩스법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대기업 특혜로 여겨질 수 있고,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안건(대기업 세액공제율 8%, 중소기업 16%)을 수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곧장 새 개정안을 내놨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추진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 민주당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 일찍 (상향 필요성을) 인식 못 하고 요청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뒤늦게 문제 인식을 갖고 세법 개정안을 냈으니 도와 달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반도체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설비 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직전 3년 연평균 투자금액을 초과해 투자하면 올해에 한정해 추가 세액공제율을 4%에서 10%로 올리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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