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도 장담 못한 '정규 1위', 복덩이 트레이드로 99% 구현 완료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3.03.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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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이 이원정(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쓰다듬으려 하고 있다.김연경(왼쪽)이 이원정(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쓰다듬으려 하고 있다.


2022~2023시즌 V리그 미디어데이 때만 해도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를 추가 영입한 것과 같다는 김연경(35)이 가세했음에도 그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흥국생명은 6위에 머문 하위팀이었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이 주전들을 모두 지킨 채 남아있었기 때문. 김연경조차도 정규시즌 1위와 관련해선 어떠한 말도 장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2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흥국생명은 25승 9패(승점 76)로 2위 현대건설(24승 10패·승점 70)에 6점 차로 앞선 1위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더 얻어도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되기에 시즌 전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상상은 99% 구현이 완료된 상태다.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지난해 12월 27일 GS칼텍스에 2023~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세터 이원정(23)을 데려온 것이다. 이원정은 3라운드 현대건설전 출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에서 차츰 적응을 마친 뒤 5라운드부터는 선발 세터로 나서 흥국생명의 공격진을 진두지휘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윙스파이커 활용도로 김연경과 옐레나의 공격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양쪽 날개가 살아나면서 미들 블로커들의 덩달아 득점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

자연스레 이원정이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5라운드에는 현대건설이 주전들의 체력 저하로 신음하는 사이(1승 5패·승점 5) 흥국생명은 5승 1패로 승점 15점을 거둬들이며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전 소속팀에서는 1~3라운드 총 17경기 중 고작 4세트에 나선 것에 불과했던 백업 세터는 부상 소식 하나에도 팬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핵심이 됐다. 지난 11일 KGC 인삼공사전을 앞두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이원정의 상태가 썩 좋진 않다. 이원정뿐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 (현시점) 이원정은 팀에 가장 중요한 선수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모든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길 바란다"면서 올라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원정(왼쪽)과 김연경./사진=김동윤 기자이원정(왼쪽)과 김연경./사진=김동윤 기자
201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된 후 주전보단 백업에 가까웠던 이원정에게 최근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는 낯설었다. 이원정은 "부담감과 떨림이 다 있긴 한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공만 보고 뛴다. (김)연경 언니와 (김)해란 언니 등 모두가 잘 잡아준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빠르게 팀에 녹아든 데에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태도에 있었다. 김연경도 "트레이드로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팀에 잘 적응하려 했고, 함께 훈련하면서 많이 노력하는 선수인 걸 알게 됐다. 선수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흥국생명은 15일 IBK 기업은행 원정에서 2세트 이상을 따내 승점 1점을 획득한다면 19일 현대건설전과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챔피언 결정전에도 직행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우승에도 좀 더 유리하다. 커리어 4번째 V리그 우승(V4)을 노리는 김연경에게도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각별하다. 올 시즌 1위로 올라서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고, 마지막 V리그 정규리그 1위는 2007~200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08~2009시즌일 정도로 한국에서의 우승은 오래된 기억이다.

그런 면에서 이원정은 또 다른 의미의 복덩이일 수 있다. 그동안 소속팀 첫해에 모두 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해 본 '우승 복' 있는 선수 중 하나이기 때문. 신인이던 2017~2018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고 GS칼텍스로 트레이드 이적한 2020~2021시즌에는 트리플크라운(KOVO컵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매 경기 몸 상태를 확인하고 출전을 결정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흥국생명의 복덩이는 밝았다. 이원정은 "몸 상태가 좋진 않지만, 우승을 확정하면 쉴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고 경기에만 집중한다"고 활짝 웃었다.

이원정(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이원정(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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