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기업, 성장은 끝났다…AI 수혜주 2개가 대안될까[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3.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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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술주는 대표적인 성장주였다. 하지만 미국 기술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최근 "실리콘밸리가 성장의 종말에 직면했다"며 "기술주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성장 대신 효율성 강조
기술기업들이 최근 성장 대신 선택한 최고의 전략은 대대적인 직원 감원이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올해만 12만2000명 이상을 해고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를 "효율성의 해"라고 선언하며 "효율성"이란 단어를 90번 이상 언급했다.

저커버그가 말하는 효율성이란 해고와 지출 삭감을 뜻한다. 이는 성장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기업에 대해 월가가 정확히 원하는 것이다.



화상회의 제공업체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은 지난주 인력을 15% 줄인 후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상승했다.

줌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3분기 연속으로 355%가 넘는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내년 1월 말까지 1년간 매출액은 1%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력 감축 덕분에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일즈포스 역시 최근 월가 예상을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한 데다 내년 1월말까지 1년간 영업이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밝혀 주가가 급등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1월에 전 직원의 10% 수준인 8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메타 플랫폼메타 플랫폼
IT 지출 줄이는 기업들
기술기업들이 갑자기 성장보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컴퓨팅 기업들인 델 테크놀로지와 HP, 퓨어 스토리지, 박스, 워크데이, 스노우플레이크 등은 고객들이 IT(정보기술) 지출에 신중을 기하면서 제품 구매 주기가 늘어났다며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프랭크 슬루트먼 스노우플레이크 CEO는 "특정 고객층에서 어느 정도 예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밝혔고 애론 레비 박스 CEO는 배런스에 고객들이 경제 전망을 우려하면서 거래 규모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찰리 지안카를로 박스 CEO는 고객들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예산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게리 스틸 스플렁크 CEO는 고객들이 비용 관리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거래를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가뭄 시달리는 기술산업
빅테크 기업들은 성장을 멈췄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은 모두 합해서 매출액 성장률이 1%에 불과했다.

PC 제조업체인 HP와 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PC 판매가 감소하면서 매출액이 각각 19%와 11% 줄었다.

감원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된 세일즈포스도 올해 매출액은 기업 역사상 가장 낮은 10%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가뭄은 기술산업 전반에서 목격된다. PC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붕괴됐고 스마트폰과 무선 서비스, 스트리밍-비디오 시장은 성숙단계에 들어섰다.

반도체회사들은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인텔은 최근 분기 매출액이 32% 급감했다. 메모리 칩 생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까지 분기 매출이 47% 줄었고 올 2월까지 분기 매출액은 감소폭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들이 클라우드 지출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더 이상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달래기
성장을 통한 주가 상승이 어려워지자 기술기업 CEO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 대한 현금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는 4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발표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시가총액의 10% 이상인 500억달러로 늘렸다.

세일즈포스는 불과 몇 개월 전에 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가 최근 규모를 200억달러로 확대했다.

넘쳐나는 현금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M&A에 쓸 수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M&A를 승인 받기는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마침내 메타가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위드인을 인수하는 것을 하락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와 로봇 청소기 회사인 아이로봇에 대한 아마존의 인수 등은 여전히 보류하고 있다.

엔비디아 /AFPBBNews=뉴스1엔비디아 /AFPBBNews=뉴스1
AI가 새로운 성장 대안 될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인기로 AI가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듀오링고는 언어 교육 소프트웨어에 챗GPT 기반의 가상 채팅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며 부킹 홀딩스는 AI 기반의 여행 계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인스타카트와 쇼피파이는 오픈AI 기반의 쇼핑 앱이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금을 투자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픈AI의 기술을 접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은 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픈AI 소유권 자체가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더 큰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크레딧 스위스의 애널리스트인 사미 바드리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를 소프트웨어 관련주 가운데 최선호주로 꼽았다. 오픈AI 기술을 수익화하면 향후 5년간 400억달러의 매출액과 주당 2달러 이상의 이익이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그래픽 프로세서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도 비슷한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력적인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마이크로소트프와 엔비디아가 유망하다는 의견이다.

감원 등 지출 삭감을 통한 효율성 증대와 자사주 매입으로 성장 부재를 대체하며 주주들을 달래고 있는 최근 기술기업들 사이에서 AI가 진정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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