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줍줍'한 개미…증권가는 "주식 비중 줄이고 현금 늘려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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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기준금리 수준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연준) 의장의 한마디로 국내외 증시에 긴축의 공포가 다시 덮쳤다.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가던 국내외 증시는 상승세를 멈췄고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투자재개를 외치던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투자속도를 늦추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1.44포인트(1.28%) 하락한 2431.91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8190억원, 1554억원 쌍끌이 매도를 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9426억원 순매수로 매물을 소화했다.



코스닥 지수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이날 0.81% 하락 출발했지만 장중 점점 낙폭을 줄이며 전일 대비 1.81포인트(0.22%) 내린 813.95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32억원, 1771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2449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시장 변동성을 키운 것은 미국의 긴축 우려다. 금방 진정될 것으로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미국의 소비와 고용시장 역시 견조하다는 지표가 발표됐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던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강하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5.25~5.5% 수준인데, 상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는 "긴축이 필요하다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연준도)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시중금리도 즉각 급등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물인 미국채 2년물은 전일보다 12.1bp(1bp=0.01%포인트) 오른 5.015%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면서 1.3bp 하락한 3.97%를 나타냈다. 2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100bp 이상으로 확대되며 1981년8월 이후 42년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사전 징조로 읽힌다.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에 경기침체 우려는 더 커진 것이다.


긴축공포에 달러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원 오른 1321.4원에 마감하며 3거래일만에 다시 1300원대를 넘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를 부르는 요인이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시중 유동성이 줄고 할인율이 높아져 주식투자 메리트가 하락한다. 조달비용 상승과 소비침체 등 후폭풍도 커진다. 특히 미래 이익을 현재에 반영하는 성장주의 경우 더 금리에 민감하다.

국내 대표 성장주로 꼽히는 NAVER와 카카오는 이날 각각 4.03%, 3.9% 급락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3~4%대 떨어졌다.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10일 미국 고용지표와 14일 소비자물가가 예정돼 있어 통화정책 우려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클리브랜드 연은이 예상한 3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66%로 2월 5.54%보다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단기)에서 주식투자 전략을 조정(확대→중립)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있다"며 "역사적 경험상 경기연착륙이 골디락스(적당히 좋은 상태)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의 안정과 통화정책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형성된 박스권에서 등락을 예상한다"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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