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보사장 "비금융·비예금까지 상품 보호범위 확대돼야"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3.03.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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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소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예금보험공사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소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예금보험공사


유재훈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은 부보금융사 파산시 예금보험제도가 보호하는 상품의 범위가 비금융·비예금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8일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금보험제도가 새로운 금융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예금보험 3.0이 구현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사장은 예금보험 3.0을 금융사가 자신의 힘으로 파산 위기를 관리하고, 사전에 금융위기를 예방하며 유인부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미래지향적 예보제도로 정의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예금보험 1.0 시기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땐 예금보험 2.0 시기로 설명했다. 두 시기 모두 자체적인 적립기금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는데, 예금보험 3.0 시대에는 금융사가 자기책임 원칙 하에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은 원금보장 위주의 예금 보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보금융사의 파산시 유가증권 손실 보호와 불완전 판매 피해 등에 대한 보상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나아가 연금·상조 서비스와 주택금융까지 보호하는 영국 사례처럼 금융시장에 새롭게 도입되는 비금융상품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국의 예금보호제도는 아직 전통적 제도의 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예금의 규모와 증가 속도를 비예금 금융상품과 비교해보면 비예금 금융상품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그 규모도 예금 규모에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전통적 예보제도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절반의 솔루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금융업권의 부보예금은 2010년 1161조원에서 지난해 2884조원으로 2.5배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금융투자업체의 운용자산은 947조원에서 2794조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떤 상품을 예금자 보호 테두리 안에 넣을지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아직까지 비예금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며 "다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예보기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성 자산으로 옮기는 등 자산운용의 다변화를 언급했다. 유 사장은 "올해 2월 작은 규모지만 미국 국채 약 600억원을 매입했다"며 "앞으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국채 운용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기금운용의 수익성은 물론 기금의 위기대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논의중인 예금자보호한도(현행 5000만원) 상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예보 입장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려야 한다, 낮춰야 한다, 유지해야 한다에 관한 의견은 없다"며 "예금자보험한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의 관계를 규명해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드는 게 저희 책무"라고 답변했다.

예보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지분 1.29% 매각 시점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지분 매각은 시장 여건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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