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구광모·정의선 회장 등 재계 총수의 입에서도 로봇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대한민국 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 이용률을 기록 중이지만, 로봇 산업에 대한 경쟁력은 일본과 독일은 물론 중국에 비해서도 뒤처진다는 평가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서비스·헬스케어 로봇을 중심으로 '새판'을 짜 미래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투자를 늘려 왔다. 2003년 국내 최초 로봇 청소기 '로보킹'을 공개한 데 이어 가이드봇을 비롯해 서브봇(서랍형·선반형)과 UV-C봇, 캐리봇, 잔디깎이봇 등 5종의 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 부문에 오랜 기간 투자한 만큼 산업용·서비스용 등 다양한 용도의 로봇 상용화에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이 올해부터 출시할 로봇은 대부분 고령화·인구 감소 등으로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서비스용 로봇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독일 등 주요국의 기술경쟁력이 높고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용 로봇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44조원에서 2027년 177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로봇 분야 투자를 공장 등 산업용에서 '헬스케어' 등 서비스용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의 로봇 브랜드 '엑스블'은 장애가 있는 사용자의 하지 근육 재건이나 관절 운동 회복 등 재활훈련을 돕는 기능을 한다. 또 지난해 말에는 경기도 수원 주상복합단지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등 배송 로봇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용 로봇은 사용자와 직접 밀착해 운용되기 때문에 만족도·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용 로봇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라며 "스마트 기기와 가전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조기에 투자를 늘릴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로봇은 대기업 조직도 바꾼다...'K-전자' 조직확충 잰걸음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행정안전부 입주를 하루 앞둔 14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관계자들이 야간방범순찰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15층에 건물면적 13만㎡ 규모인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3.02.14.](https://thumb.mt.co.kr/06/2023/03/2023030809331461011_3.jpg/dims/optimize/)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투자해 온 LG전자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다. LG전자는 2018년 신설한 '로봇사업센터'를 2020년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로봇사업담당으로 이관, B2B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사업담당 산하 해외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해외 사업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경북 구미시 소재 LG퓨쳐파크에 로봇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클로이 로봇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역량 내재화를 통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6월에는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로봇 공동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차세대 물류 로봇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지난 10월에는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기업인 파스토(FASSTO)와 손잡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로봇 사업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로봇산업에 대해 검토를 거듭하며 투자를 저울질 해왔다. 2021년 미래 먹거리로 로봇과 인공지능을 꼽으며 3년간 240조원 투자를 예고했고, 2020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어 지난해 이 조직을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올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로봇 특화 인재 양성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로봇 제품도 선보인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초 CES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올해 중 "EX1'이라는 이름의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 CES에서 재활치료 및 운동보조 로봇 '젬스' 시제품을 선보인 지 4년 만에 새로운 보조기구 로봇을 예고한 것. 삼성전자는 2019년 노약자 돌봄 로봇인 '삼성봇 케어'를, 2020년에는 지능형 반려 로봇 '볼리'를 선보인 바 있다.
기업들은 로봇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협력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Acryl),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Robotis),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 등에 대한 지분투자에 나섰다.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Robostar)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국내 중소벤처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했다.
"글로벌 기술전쟁, 여기서 붙자"…삼성·테슬라도 '찜'했다
![[바르셀로나=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중 한 방문객이 중국 유니트리의 사족보행 개 로봇 GO1을 만져보고 있다. 2023.03.02.](https://thumb.mt.co.kr/06/2023/03/2023030809331461011_4.jpg/dims/optimize/)
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시장 규모가 2021년 44조원에서 2027년 177조원으로 4배 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산업은 크게 제조공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이 중 서비스 로봇은 가정(청소)와 의료(수술), 군사(정찰) 등 분야별 기능 차이를 두고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로봇산업은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전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자율주행 전동차가 전시관을 오갔고, 대만과 일본 기업이 선보인 양팔로봇 에올러스은 정교하게 진화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전시회에서 연내 EX1이라는 의료용 로봇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전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2017년 상업용 로봇을 처음 선보였고 이후 자율주행과 안내, 방역, 배송 등 5종의 '클로이(CLOi)'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 산업용 로봇 제작사인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고, 2020년에는 LG 보스턴 로보틱스랩도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격전지에서 미국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데이' 행사에서 인간형태의 로봇 옵티머스을 고도화해 선보였다.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보다 정밀한 동작이 가능하고, 자유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포드도 미국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단거리 배송로봇 디지트(Digit)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 이동형 전기차 충전용 로봇시범 제품도 내놨다.
일본은 전통적인 로봇 강국으로 손꼽히는데 역시 자동차 업체들이 앞서가고 있다. 혼다는 1986년부터 로봇사업에 뛰어들어 2000년대 초반 두 발로 걸어다니는 '아시모'를 세계최초로 선보인 초기기업으로 알려진다. 도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TRI(도요타리서치)를 열고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갠트리 로봇(gantry robot)을 개선한 제품이다.
유럽 폭스바겐도 로봇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하는 시범 제품을 선보였다. 주차장에서 이동형 배터리를 장착한 충전기를 직접 이동해 차량에 접속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