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이런 여건이나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다. 신산업 특성상 애초에 인력이 모자란다. 그나마 높은 급여와 좋은 복지를 좇아 대기업으로 간다. 과거 단순 로봇의 경우 기계공학 위주의 지식 충분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로봇 산업이 AI(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다른 분야의 신산업과 결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소기업은 경쟁력 있는 인력을 뽑기 어렵다. 이같은 인력 양극화 해소는 로봇 산업의 생태계를 탄탄히 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로봇산업 관련 사업체 2500여개 중 중소기업이 2467개로 98.7%를 차지한다. 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체도 과반(51.6%)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비해 좀 낫다고 하는 대기업조차도 로봇 인재가 차고 넘치는 것은 아니다"며 "로봇 산업 자체가 막 태동을 시작한 단계인 만큼 여러 방면에서 인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로봇산업 성장 로드맵에 따른 인재 양성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팀장은 "로봇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연구개발이 실증단계를 거쳐 로봇 양산에까지 이르면 인력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인재 양성도 미리미리 준비해 저변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석학이 본 'K-로봇'…"톱3와 격차 커, 국가적 노력 필요"

여 원장은 국내 로봇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아직은 일본이나 독일 등 로봇 선진국과의 격차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로봇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 세계 로봇 시장에서 'TOP3' 국가와 차이가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로봇이 '가성비'를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여 원장은 "여러 통계에 기반해 봤을 때 한국 로봇은 세계 5~6위 수준이지만, 1~3위 국가와 차이가 매우 크다"라며 "ICT(정보통신기술)나 2차전지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AI 등 다른 분야에서는 뒤처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연구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육성했다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으로, 로봇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여 원장은 앞으로 로봇의 활용 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 원장은 "인구 감소화 초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AI와 5G·6G, 2차전지 등 관련 첨단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과 함께 할 것"이라며 "초기에는 로봇이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에 많이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식당 서빙로봇이나 청소로봇 등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비스 로봇은 주요 전자기업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 주행 보조 로봇인 EX1의 출시를 예고했으며, LG전자는 가이드봇을 비롯해 서브봇(서랍형·선반형)과 UV-C봇, 캐리봇, 잔디깎이봇 등 5종의 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44조원에서 2027년 177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 원장은 국내 로봇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6개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초격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며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 핵심부품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봇의 인증·실증을 취득하며, 특수 목적 로봇장비를 개발해 정부 지원 사업에 우선 사용함으로써 실적을 거둬 해외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여 원장은 "로봇 SI(시스템 통합) 부문과 현장 운영 부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로봇 현장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지속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로봇 산업은 해외 부품 의존도가 57% 이상 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덴마크처럼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 원장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같은 전문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해 초격차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여 원장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포스코와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등 200여개의 대기업·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는 등 기업 지원을 해왔다"라며 "연구원 전체가 로봇 연구와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과 연구소, 대학과 협업해 지속적으로 한국 로봇 산업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