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로봇사업…대기업에도 일 할 사람이 없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오진영 기자 2023.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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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삼성·LG도 뛰어든 177조 로봇시장, 'K파워' 통할까 (下)

편집자주 공상과학(SF) 영화 속 로봇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과 함께 하는 생활은 이미 시작됐다.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7년 17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이 뛰어들기 충분한 규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총수들은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과연 한국 로봇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쓸 수 있을까.

로봇 시장 커지는데…일할 사람이 없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 앞서 큐렉소 이재준 대표로부터 수술로봇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 앞서 큐렉소 이재준 대표로부터 수술로봇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업들이 로봇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연구개발(R&D) 인력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이는 곧 전문 인력 부족이 한국 로봇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세를 쫓아가려면 제때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수행한 2021년 기준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로봇산업 인력 종사자는 3만1387명이다. 전년도인 2020년과 비교해선 2.0% 늘었다. 2019년이 3만1035명으로 2020년엔 종사자가 줄었다가 2021년 들어 2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수준이다. 이는 로봇 산업 규모가 날로 커지는 것에 비해 인력공급은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판 커지는 로봇사업…대기업에도 일 할 사람이 없다
로봇은 제조업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 쓰이는 산업용 로봇과 서빙, 노인케어 등에 사용되는 서비스용 로봇으로 나뉜다. 두 분야 모두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로봇시장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6% 이상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규모가 2021년 362억달러에서 2026년엔 1033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23.3%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판 커지는 로봇사업…대기업에도 일 할 사람이 없다
구인난으로 인해 대기업은 직접 맞춤형 로봇 인재 육성에 나섰다. 수시로 경력 인재를 채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과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와 손잡고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로봇공학 학제전공을 공부하는 석사 과정 학생들 중 매년 10명의 장학생을 선발한다. 장학생은 로보틱스 관련 커리큘럼을 배우고 학위 취득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문제는 이런 여건이나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다. 신산업 특성상 애초에 인력이 모자란다. 그나마 높은 급여와 좋은 복지를 좇아 대기업으로 간다. 과거 단순 로봇의 경우 기계공학 위주의 지식 충분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로봇 산업이 AI(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다른 분야의 신산업과 결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소기업은 경쟁력 있는 인력을 뽑기 어렵다. 이같은 인력 양극화 해소는 로봇 산업의 생태계를 탄탄히 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로봇산업 관련 사업체 2500여개 중 중소기업이 2467개로 98.7%를 차지한다. 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체도 과반(51.6%)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비해 좀 낫다고 하는 대기업조차도 로봇 인재가 차고 넘치는 것은 아니다"며 "로봇 산업 자체가 막 태동을 시작한 단계인 만큼 여러 방면에서 인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판 커지는 로봇사업…대기업에도 일 할 사람이 없다
정부도 산업 디지털 전환 매개체로 로봇 산업을 꼽고 인력양성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실무형 전문인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산업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19년부터 부산대와 서울과학기술대 등 로봇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봇기반 혁신선도 전문인력양성사업'을 벌인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재직자 교육도 진행한다.

업계는 로봇산업 성장 로드맵에 따른 인재 양성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팀장은 "로봇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연구개발이 실증단계를 거쳐 로봇 양산에까지 이르면 인력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인재 양성도 미리미리 준비해 저변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석학이 본 'K-로봇'…"톱3와 격차 커, 국가적 노력 필요"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원장. / 사진 =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제공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원장. / 사진 =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제공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원장은 국내외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로봇 석학'이다.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미국국립과학재단(NSF) 동아시아 태평양연구소 소장직 등을 역임하면서 미국 대통령상, 미국 공학회 젊은교수상을 수상하고 지능서비스로봇 국제학회지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2019년부터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이끌면서 국내 로봇 기술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여 원장은 국내 로봇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아직은 일본이나 독일 등 로봇 선진국과의 격차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로봇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 세계 로봇 시장에서 'TOP3' 국가와 차이가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로봇이 '가성비'를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여 원장은 "여러 통계에 기반해 봤을 때 한국 로봇은 세계 5~6위 수준이지만, 1~3위 국가와 차이가 매우 크다"라며 "ICT(정보통신기술)나 2차전지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AI 등 다른 분야에서는 뒤처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연구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육성했다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으로, 로봇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여 원장은 앞으로 로봇의 활용 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 원장은 "인구 감소화 초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AI와 5G·6G, 2차전지 등 관련 첨단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과 함께 할 것"이라며 "초기에는 로봇이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에 많이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식당 서빙로봇이나 청소로봇 등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비스 로봇은 주요 전자기업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 주행 보조 로봇인 EX1의 출시를 예고했으며, LG전자는 가이드봇을 비롯해 서브봇(서랍형·선반형)과 UV-C봇, 캐리봇, 잔디깎이봇 등 5종의 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44조원에서 2027년 177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 원장은 국내 로봇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6개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초격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며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 핵심부품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봇의 인증·실증을 취득하며, 특수 목적 로봇장비를 개발해 정부 지원 사업에 우선 사용함으로써 실적을 거둬 해외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여 원장은 "로봇 SI(시스템 통합) 부문과 현장 운영 부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로봇 현장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지속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로봇 산업은 해외 부품 의존도가 57% 이상 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덴마크처럼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 원장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같은 전문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해 초격차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여 원장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포스코와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등 200여개의 대기업·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는 등 기업 지원을 해왔다"라며 "연구원 전체가 로봇 연구와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과 연구소, 대학과 협업해 지속적으로 한국 로봇 산업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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