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 세계 최초 PSP 치료제 도전…52조 신경퇴행성 시장 공략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3.03.08 09:02
글자크기
젬백스, 세계 최초 PSP 치료제 도전…52조  신경퇴행성 시장 공략


젬백스 (11,200원 ▲140 +1.27%)앤카엘(이하 젬백스)이 세계 최초의 PSP(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젬백스는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V1001의 국내 PSP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삼성서울병원,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진행된다.



PSP는 보행장애 및 자세불안정성, 인지저하, 안구운동장애, 수면 장애 등을 일으키는 희귀 난치병이다. 파킨스병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며, 파키슨병 치료제 약물이 일시적 경직 완화에 사용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GV1001이 치료 효과를 입증할 경우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된다.

GV1001은 알츠하이머병 2상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치료제와 동일한 물질이다. 이번 PSP 임상 2상은 젬백스가 신경퇴행성질환 전반으로 GV1001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텔로머라제 기능 GV1001, '다중기전 약물의 경쟁력'
GV1001은 인간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peptide) 효소로, 1132개의 텔로머라제 아미노산 중 핵심부분을 결합한 신약물질이다.

텔로머라제는 세포의 염색체 끝에 위치하는 텔로미어에 작용한다. 텔로미어는 DNA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세포가 분열할수록 점점 길이가 짧아져 노화 시계로도 불린다. 텔로미어가 다 닳으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멈추고 죽는다. 이때 텔로미어가 닳지 않도록 막아주는 효소가 바로 텔로머라제이다. 이를 발견한 미국 연구진은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젬백스는 텔로머라제 기능을 활용한 항노화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V1001은 세포증식, 항신경염증, 미토콘드리아 안정화, 항산화, 항노화, 줄기세포 가동화 효과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밝혀진 다중기전 약물이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젬백스는 GV1001을 췌장암,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병, PSP 등 다양한 병증에 적용하고 있다. PSP는 발병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우 단백질 손상으로 인해 뇌 신경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세포가 죽는 등 알츠하이머병과 병태생리학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젬백스는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면서 PSP로의 연구 확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퇴행성 질환 52조원 시장에 도전

젬백스는 GV1001의 적응증 확장을 위한 연구와 실험은 계속 진행하면서도 올해부터는 의약물질로서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신경퇴행성질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젬백스는 알츠하이머병 국내 3상 임상시험 준비와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도 2상 임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젬백스 고위 관계자는 "GV1001의 원천기술 회사인 노르웨이 기업 젬백스를 인수한 후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텔로머라제 약물 연구에 전념해왔다"며 "그동안 축적된 GV1001에 대한 연구성과로 알츠하이머병과 PSP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고,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시장의 선두 자리에 젬백스의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경퇴행성질환은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해마다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기준 5500만명이었던 세계 치매 환자가 2030년에는 7800만명, 2050년에는 1억3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도 성장이 빠르다. 2021년 51조 9900억원(401억 2500만 달러)에서, 연평균 3.2%씩 성장하여 2030년에는 69조원(532억 7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젬백스 관계자는 "PSP는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치료 효과도 비례하여 빨리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다중기전 약물의 강점이 이번 임상에서도 입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