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김창수 대표가 6일 김포 증류소에서 브랜드 문양이 새겨진 캐스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영호 기자
위런을 일으킨 그 한국산 위스키를 만든 이가 김창수(37세)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이하 김창수위스키) 대표다.
1986년생인 김창수 대표는 위스키 제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선구자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위스키를 직접 제조·판매한 첫번째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방영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방울만 떨어트린 10여종의 위스키를 후각만으로 정확하게 알아맞춰 달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위스키 제조방법을 배우기 위해 여러 증류소에 견학 제안을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열달간 중소기업에서 일한 월급을 모은 1000만원을 들고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한국에서 중고로 산 15만원짜리 자전거에 텐트 등 60kg 짐을 싣고 4개월 반동안 102개 증류소를 찾아 다녔다.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마지막 증류소에서도 거절당한 후 위로차 들른 글래스고의 한 바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는다. 바에서 만난 동양인 남성이 우연히 그가 첫 입사지원서를 낸 일본 치치부 증류소 직원이었다. 일본의 벤처 증류소로 이름난 곳이었다. 이를 인연으로 2년 뒤 방문의 기회를 얻었고, 이 때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배우게 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10억원은 증류소 짓기에 큰 돈은 아니었다.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캐스크(오크통)의 개당 가격은 100만원까지 붙는다. 김창수 증류소에는 이런 캐스크가 200개 정도 있다. 가건물로 지어진 증류소는 누군가 창고로 쓰던 곳을 그대로 사용한다. 제조 설비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만들어 조립했다. 위스키 제조 면허를 받기 위해 숱하게 발품도 팔았다. 특히 위스키 제조면허는 사례가 없다보니 행정절차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김 대표는 "2021년 1월 제조면허를 받았을 때 가장 기뻤다"면서 "돈을 들이면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몸으로 때우다보니 어느하나 쉬운게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 대표의 일정표는 빽빽하다. 한국산 위스키의 출현에 대중이 반응하자 자본의 관심도 커져서다. 지난달에만 약 50여곳에서 투자 제의가 왔다. 하루 4번 투자자 미팅을 한 날도 있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안동시와 2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안동에 위스키 제2공장과 프리미엄 소주, 전통주 생산시설 설치에 대한 협약을 진행 중이다.
김창수위스키는 3호 캐스크까지 완판됐다. 하나의 캐스크에는 700ml 기준 300병의 위스키가 나온다. 수년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법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산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안동 외에도 여러 곳의 지자체에서 문의가 와 있지만 아직까지 투자나 공장 증설에 대해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신제품에 대해선"숙성 3년이 지나는 내년부터 위스키다운 위스키를 선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