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금리 인하에 '풀베팅'..1400억원 넘게 산 TMF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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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금리 인하에 '풀베팅'..1400억원 넘게 산 TMF가 뭐길래


투자자들이 기준금리가 조만간 하락한다는 기대감에 장기 국채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사들인다. 금리 하락기에 장기채를 기초지수로 삼는 ETF를 순매수해 수익률을 올린다는 전략인데 금리가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을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TMF'가 뭐길래…서학개미, 한 달 새 1400억원 사들여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지난달 7일~지난 6일)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이하 'TMF') ETF를 약 1442억원 사들였다.

TMF는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 종목 중에선 알파벳(1839억원)에 이은 순매수 2위, ETF로선 1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이 그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ETF인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742억원)의 2배 규모에 달한다.



TMF는 만기가 20년 넘는 미국채로 구성된 기초지수(ICE U.S. Treasury 20+ Year Bond Index)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에 초점을 맞추며 수익을 올리려 한다. 금리 하락기에는 기준금리는 물론 신규 발행되는 채권 금리도 함께 내린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기발행 채권 수요가 커지면서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오른다.

특히 채권 듀레이션(투자금 원금 회수 기간)이 길수록 금리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장기채 기대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


그러나 해당 상품은 장기채다 보니 일반투자자들이 만기까지 보유하기란 어렵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투자자들이 30년물을 3배로 추종하는 공격적인 투자 행동에 나선다"며 "채권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자산인데 변동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자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수의 심장' 장기채 ETF에 '베팅'…美 연준을 믿어도 될까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초장기채를 추종하는 국내 ETF도 순매수세가 유입된다. 개인은 만기 30년짜리 미국채를 추종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8,150원 ▲55 +0.68%)'를 한달새 348억원 순매수했다. 미국채 30년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6,860원 ▲15 +0.22%)'는 64억원, 만기 20년 미국채를 따르는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H) (8,605원 ▼75 -0.86%)' ETF는 5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장기채도 산다. 개인은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70,965원 ▼645 -0.90%)'는 124억원,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105,500원 ▼635 -0.60%)'는 6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상장한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50,170원 ▼540 -1.06%)'(136억원),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20,030원 ▼295 -1.45%)'(15억원),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 (101,430원 ▼655 -0.64%)'(2억원) 등도 투자한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최근 미국 1월 PCE(개인소비지출) 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글로벌 긴축이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에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김 팀장은 "개인이 30년물을 산다는 건 장기투자로 수익 낼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며 "막연하게 금리 인하기라는 이유로 샀다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기준금리 동결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시장금리는 고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이 부분에서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형 초장기 국고채 ETF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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