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레미콘을 싣는 믹스트럭들이 바퀴를 씻던 세륜장이다. 트럭 양 옆에서 물이 나와 바퀴에 묻었던 흙이 떨어지면 바닥에 빈틈 사이로 흘러 내려갔다. 바퀴를 씻은 물은 세륜장에서 다시 쓰이거나 정화돼 레미콘 제조에 쓰였다./사진=김성진 기자.
이 부지에 지난해 8월까지 삼표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단일 공장으로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였다. 24평 아파트 7000세대를 지을 레미콘을 하루에 만들었다. 강원도 원주의 공장 100여곳을 전부 합친 것보다 레미콘을 더 만들었다. 직원 200여명이 일했다. 레미콘 싣는 믹스트럭이 수백대 오갔다.
1970년대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모습./사진제공=삼표그룹.
레미콘은 영어로 'Ready-Mixed Concrete'의 준말이다. 공사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준비한 콘크리트라는 뜻이다. 시멘트에 골재와 물 등을 섞어서 만든다. 금방 굳기 때문에 계속 휘저어 줄 믹스트럭만 실을 수 있고 싣더라도 2시간 안에 부어야 한다. 성수공장은 서울시 내 유일한 레미콘 공장이었다. 1970년대 이후 서울의 굵직한 건축 현장을 뒷받침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각종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청계천 복원공사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강북 뉴타운 공사, 여의도 63빌딩, 롯데월드타워, 김포공항 활주로 등 공사에 성수공장 레미콘이 쓰였다.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이 해체되기 전 모습(왼쪽)과 후의 모습(오른쪽)./사진제공=삼표그룹.
해체 공사가 시작될 당시 일부 직원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부지에는 여전히 50여년 가동된 공장 흔적이 남아있다. 입구에서 30 m 남짓 떨어진 곳에 믹서트럭들이 바퀴를 씻던 세륜장이 있다. 주변에 주거 지역이 생기자 믹서트럭이 발생시킬 먼지를 줄이려고 만든 것이라 한다. 세륜장 바닥은 경사가 졌고 지면에서 약 20cm 떠 있다. 트럭 양옆에서 호스가 물을 뿜으면 바퀴에 묻은 흙이 경사를 따라 쓸려 내려간다. 바퀴를 씻은 물은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세륜장에서 재활용하거나 정화해 레미콘을 만드는 데 재활용했다.
그 밖에 레미콘을 섞는 배치플랜트 5대가 있던 자리, 믹서트럭들이 배치플랜트에서 레미콘을 받던 자리 흔적이 남았다. 직원들 식당과 식당 바닥에 배수구도 남아있다.
7일 찾은 성동구 삼표레미콘 성수부지에는 해체되기 전 공장 모습들이 남아있다. 직원 식당 바닥의 배수구 모습./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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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 공장 부지의 용도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4층 이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밖에 짓지 못한다. 서울시는 고층 복합개발을 할 수 있도록 부지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통한 공공기여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부지에 고층 업무·상업·문화시설 복합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로서 공장 부지는 동부간선도로와 왕복 8차선 고차산로와 뚝섬로 등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돼 있다. 서울시는 사무실과 식당가 등이 들어선 고층 복합 시설을 짓고 동쪽에 서울숲공원을 아우르는 업무와 문화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를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서울 대표 명소로 재탄생시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