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까다로워졌다?" 금감원 높은 문턱에 쩔쩔매는 코스닥 예비기업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3.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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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코스닥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바이오·메타버스·엑셀러레이터(AC) 등 신사업 분야 기업의 상장이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기준부터 통과하지 못해 기재정정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예비상장기업인 틸론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했다.



클라우드 가상화 메타버스 오피스 전문기업인 틸론은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제출한 틸론의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액셀러레이터 상장에 도전하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금감원에게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았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미 앞서 세차례 증권신고서를 기재정정한 바 있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받은 후 회사는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신고서는 제출한 날로부터 영업일 기준 15일 지난 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청약 등 상장 일정이 줄줄이 밀릴수밖에 없다.



바이오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다. 최근 줄줄이 기재정정 증권신고서를 공시하고 상장 일정을 미루고 있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전날 공모일정을 정정한 내용이 담긴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기존 이달 8~9일에서 오는 28일~29일로 변경했다. 공모 청약 일정도 다음달 3~4일로 미뤄졌다.

신약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지아이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1월30일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 이후 2월20일 기재정정, 지난 3일 한 번 더 수정한 증권보고서를 공시했다. 그 기간 수요 예측기간은 한달 가량 뒤인 이달 15일로 미뤄졌다.

금감원은 현재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 사항에 대해 거짓 기재, 또는 기재되지 않은 경우 정정 요구를 한다.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정정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경기 상황 등을 염려해서인지 금감원이 유독 신생 분야 기업을 꼼꼼하게 보는 것 같다"며 "미래 실적 추정이나 비교기업선정, 기업가치산정 등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상장이 한번도 안 됐던 업종이고 하다보니 혹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 등이 있는지 열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준비 기업들이 금감원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의 심사가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준비를 하는 기업 중 일부는 대규모 적자이거나 순이익 등을 고무줄처럼 뻥튀기해 경고를 받은 것"이라며 "상태가 안 좋거나 미래 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한 기업은 금감원이 몇 차례라도 걸러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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