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보급형, 다 못 놓쳐"…배터리 3사 '미래 기술' 승부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도현 기자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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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인터배터리 2022 전시SK온 인터배터리 2022 전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차세대 기술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오는 15~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진행되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다. 국내 업체 중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SK온이 처음이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CATL, BYD 등 중국 업체의 전유물이었다. 국내 배터리 3사(SK이노베이션·삼성SDI·SK온)가 주력으로 삼아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가격은 20~30% 정도 싸지만 주행거리는 완충시 300㎞ 수준으로 짧다.

SK온은 이런 LFP 배터리를 '업그레이드' 했다. 중국 업체의 경우 무거운 각형·원통형 배터리가 주류였다. 하지만 SK온은 가벼운 '파우치형'으로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혹한에서의 에너지밀도도 높였다. 중국 제품의 경우 영하 20도 환경에서 50% 가량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행거리가 150㎞ 내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SK온은 이런 단점을 보완, 중국 배터리 대비 80% 가량 성능을 보완했다. 영하 20도에서도 25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차량용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만 생산했지만 라인업을 확대한다. 삼성SDI는 보급형으로 LFP 배터리가 아닌 망간의 비중을 높인 NMX(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국내 배터리 3사는 고급형 제품에 대한 보폭 역시 넓히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전해질이 기존의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인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화재 위험이 낮다. 한 번 충전으로 900㎞를 갈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지난해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착공해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25년 기술 검증 완료, 2027년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파일럿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볼 정도로, 그룹차원에서 신경쓰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다. SK온은 2025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9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차세대 고급형 기술로 실리콘 음극재도 있다.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밀도가 4~10배 정도 높고, 충전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흑연 대비 압도적으로 비싼 실리콘 가격과 부풀어 오르는 특성이 단점인데, 이 경제성·안전성을 보완하는 게 향후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국내 최초로 실리콘 5%를 포함한 음극재를 바탕으로 배터리를 만들었다. 포르쉐, 마세라티 등 고급 차량에 이 배터리를 납품한다. 삼성SDI 역시 비슷한 수준의 실리콘이 포함된 음극재를 배터리 '젠5'에 탑재하고 있고, SK온은 관련 기술 개발 착수에 나선 상태다. 이 비율을 '10%'까지 올리는 게 현재 업계의 숙제다.

배터리 3사가 기술 개발에 팔을 걷은 배경에는 폭발하고 있는 전기차 수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은 지난 한 해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규모가 2025년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보급형·고급형 가릴 것 없이 주문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일종의 태동기를 지나 전화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급'을 떠나서 여러가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이엔드부터 중저가까지, 그 어느 시장도 놓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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