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집값 절반 '빚투' 한다면?"…이창용 총재에게 물었더니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03.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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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물가상승률 4.5% 아래로 내릴 것"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 국내보다는 해외 요인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부동산 투자는 꼭 성공한다는 생각이 잡혀있는데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과거 트렌드가 미래에도 계속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 들어 집값 하락 속도가 둔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관련해선 이달 4.5% 이하로 내려간 뒤 연말 3%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 2년간 집값이 평균 약 40% 올랐는데 작년 한해 19~20% 떨어졌다"며 "올해도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조정국면 등으로 빠르게 하락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1~2월 떨어지는 속도가 완화돼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녀가 집값의 절반을 빚을 내 서울에 집을 사려 한다면 어떻게 조언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자율 등을 고려할 때 젊은이들이 자기 능력에 맞는지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인 '물가'와 관련해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낮아졌는데 3월에는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 초반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다만 한은은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된 만큼 6월 이후에는 이런 변수들이 어떻게 변할지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한 결정과 관련해서도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하고 금융안정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해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3%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다음에 물가상승률이 장기목표치인 2%대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속도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연준이 긴축 속도를 낮추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혔다가 2월 들어 고용·물가 지표가 오르면서 변화가 있었다"며 "시장에서는 1월까지는 최종금리를 5% 정도 수준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5.25~5.5%까지 받아들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서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발언과 이번 주말에 나올 미국 고용 지표, 다음주 미국 물가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 흐름에 대해선 '상저하고'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 1.1%, 하반기 2% 정도의 성장을 예상한다"며 "3분기부터는 성장률이 반등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 대해서는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 동결 이후 환율 변화는 금리 동결 때문이라기보다 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변하면서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최근 환율 변동은 국내보다는 해외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동환율제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수준을 타깃해 막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환율변동이 물가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쏠림을 막기 위해 변화폭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작년에는 연준이 금리를 75bp(1bp=0.01%포인트)씩 4번이나 인상하면서 달러가 강세로 갔지만 최근엔 한미 금리 역전폭이 125bp로 더 벌어졌음에도 환율이 중국 개방 영향 등으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과점 체제 개선'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은행은 면허를 받고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과점 체제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는 것은 당연하고 그 구조 하에서 정부가 은행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지 점검하고 개입해 이윤이 많이 발생했을 때 금융안정에 출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민간 중심의 은행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변동금리 중심인 현재 은행 금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예대마진, 이자율 등에 많은 비판이 있는데 국내 은행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라서 다른 나라보다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라며 "20∼30년짜리 부동산 대출을 고정금리로 내주려면 은행들이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국채 20∼30년짜리 선물시장 등이 없어 은행이 헷지(위험 분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그 리스크를 고객한테 변동금리를 통해 주는 측면이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수 있도록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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