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눈총받는 카공족의 항변…"내가 빌런? 그럼 어디로 가나요"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최지은 기자 2023.03.0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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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카페. /사진=김창현 기자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카페. /사진=김창현 기자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성숙한 소비자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공공 차원에서 도서관 등 공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카공족을 돌려보내기 위한 '카공족 퇴치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게시됐다. 이들은 와이파이 끄기, 2시간 이용 제한, 노트북 사용금지 안내, 콘센트 막아두기 등 카공족의 불편을 야기할 만한 방법들을 공유했다.



카페 업주는 회전율이 걱정이다. 공공요금, 원재료 가격 등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커피 한 잔에 장시간 머무는 카공족이 늘면서 매출에 타격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페를 찾는 학생, 직장인 등은 마땅히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다고 항변한다.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2시간에 만원을 웃도는 스터디카페 비용은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부담이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는 "집에서 공공도서관은 거리가 멀고 스터디카페는 비싸 비용 부담이 적은 카페에서 자주 공부한다"며 "집보다 카페에서 집중이 잘 돼 한 번 갈 때 짐을 보부상처럼 싸서 3~5시간 정도 있다 온다"고 말했다.

IT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씨(28)도 "도서관이나 독서실은 경직된 분위기에 노트북 사용이 어려워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를 간다"며 "무엇보다 카페는 접근성이 좋고 자유롭고 안락한 분위기라 일하거나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시설 부족이 카공족 논란의 원인이라고 본다. 여기에 치열한 취업시장 분위기가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은퇴한 노년층 마저 카페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지만 외국에 비해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한 편"이라며 "도서관 수가 적을 뿐더러 딱딱한 이미지가 짙어 카페가 공공 커뮤니티 공간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카페라는 공간의 공적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갈 곳 없는 이들이 카페로 모인다고 볼 수 있다"며 "취업 역량을 계속 요구받는 시대에 살다보니 카공족 중 직장인이나 노년층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늘려 카페에 모이는 인원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밖에 소비자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자영업자 입장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책 읽을 공간이 부족해 비용을 내고 눈치보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학 도서관에서도 자리 다툼을 할 정도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공도서관이 지역구에 1~2곳 정도 있지만 동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카페 분위기로 도서관을 만들거나 주민센터 시설 등을 활용해 여가·취미활동 공간을 정부 차원에서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은아 대구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선택, 소비자의 권리가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업주들의 권리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로서 지켜야 할 공중 의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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