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독점' 진격의 현대카드…카드사 상위권 경쟁 격화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3.03.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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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독점' 진격의 현대카드…카드사 상위권 경쟁 격화


한동안 굳어졌던 카드업계 상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내실 경영을 앞세워 조용히 실속을 챙겨온 2위 삼성카드에 3위 현대카드가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오는 5월부터 미국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와 손잡고 프리미엄 신용카드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3종을 단독 공급한다.



이 카드는 카드 전면 중앙부에 아멕스 상징인 로마 지휘관 '센츄리온(Centurion)'이 새겨져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국내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한 때 단종되기도 했지만 최대 100만원 가까운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재출시 요청이 쏟아져 다시 등장했다.

아멕스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는 당초 삼성카드가 2008년부터 독점 공급해왔다. 삼성카드와 아멕스의 계약 만료를 틈타 현대카드가 독점 발급하기로 한 것.



현대카드는 글로벌 대형 쇼핑몰 코스트코와 2019년 독점 제휴 계약도 맺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코스트코의 제휴 카드사는 삼성카드였다.

여기에 더해 현대카드가 사실상 독점으로 국내에 '애플페이'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삼성카드와 오버랩된다. 삼성카드는 애플페이의 라이벌이자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절대 강자 삼성페이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카드업계는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2위 도약을 바라보며 더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본다. 경기 침체로 조용했던 업계 분위기가 최근 현대카드의 행보로 다소 활기를 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카드의 움직임으로 카드사 점유율도 출렁이고 있다. 현대카드 점유율은 지난해말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16%다. 삼성카드 17.8%에 이어 3위다. 지난해 3분기말 KB국민카드에 이어 4위였지만 1분기만에 점유율을 1.1%포인트 높였다.

카드업계에서 '진격의' 현대카드라고 불리고 있지만 2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카드의 조용한 상승세 또한 만만치 않다. 상위권 4대 카드사 중 현대카드와 함께 2021년 대비 2022년 점유율이 오른 곳이 삼성카드다. 2018년까지만 해도 1위 신한카드와 4%p 가까이 차이가 났지만 지난해말에는 1.8%p로 줄였다.

현대카드가 2위를 넘보고 있고, 삼성카드는 1위 신한카드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 올해 카드사 상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대카드가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단기 실적 성적표가 좋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대카드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말까지 2078억원으로 전년대비 17.08% 감소했다.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삼성카드 순이익은 6223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증가했다. 유일하게 두자릿수대 개선을 보인 카드사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현대카드가 보여준 공격적인 움직임이 침체된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건 사실"이라면서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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