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탓?…러 용병기업, 바흐무트 점령 하루만에 '퇴각' 경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3.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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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 그룹 수장 "약속된 탄약 제때 안 보내줘"…
"바흐무트서 퇴각하면 전선 전체 붕괴한다" 경고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인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포위를 주장했다. /로이터=뉴스1러시아 민간 용병기업인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포위를 주장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Wagner) 그룹의 수장이 탄약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의 퇴각 가능성과 전선 전체 붕괴를 경고했다. 그는 특히 탄약 부족의 이유로 내부 분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수장은 지난 4~5일에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서 "와그너그룹이 지금 바흐무트에서 퇴각한다면 전선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러시아의 이익을 보호하는 모든 군사 조직에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영상에서는 약속된 탄약이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관료주의인지 아니면 (러시아군 내) 배신인지 일단 이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우리가 퇴각한다면 우리는 패전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 부대는 고위층이나 더 높은 누군가에 의해 패배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의 고위층 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프리고진 부대에 탄약 공급을 중단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와그너그룹에 대한 군사물자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신의 부대가 바흐무트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등 러시아 정부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프리고진의 이번 발언은 지난 3일 자신의 부대가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퇴각을 요구하면서도 러시아 내부 분열로 인한 바흐무트에서의 퇴각 가능성을 동시에 거론한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평가했다.

2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러시아군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의 건물들이 폐허로 남아 있다. /AP=뉴시스2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러시아군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의 건물들이 폐허로 남아 있다. /AP=뉴시스
바흐무트는 현재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외신에 따르면 바흐무트에서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간 전투는 8개월간 이어졌고, 지난주 한층 격화됐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의 동·남·북쪽 삼면에서 공격을 퍼부으며 바흐무트 포위에 나섰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다. 하지만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도시로, 러시아군이 점령해도 동부 전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6일 요르단 수단 암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점령한다고 해도 전쟁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은) 전략적 가치보다 상징적 가치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점령에 성공하면 지난해 7월 이루 처음으로 의미 있는 군사적 성과를 올리게 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떨어진 러시아군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활용하려는 목적이 담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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