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반한 '이 기술'..오즈세파, "기름오염수 완전히 정화"

머니투데이 이유미 기자 2023.03.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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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반한 '이 기술'..오즈세파, "기름오염수 완전히 정화"


예멘의 한 오염수 저장 연못(사진). 물과 기름이 섞인 채 처리 불능 상태로 방치돼 있다. 예멘에서만 이런 연못이 수십 개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차로 30분을 달려야 할 만큼 거대한 오염수 연못이 존재할 정도다.

산유국은 이 같은 기름 오염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유 채굴 시 오염수 발생이 필연적인데, 그 규모가 상당해서다. 미국과 캐나다 등도 셰일 가스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의 흡착포 방식은 대량 정화가 어려운 게 한계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업계 최초로 기름과 물을 직접 분리하는 필터와 로봇을 개발, 글로벌 오염수 해결사로 나섰다.



"이것은 '신의 선물' 같아요."

오계동 오즈세파 대표가 잊지 못하는 해외 바이어의 칭찬 중 하나다. 지난해 6월부터 해외 시장을 노크해 왔는데, 초반부터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특히 두바이 물 산업 전시회에서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때 중동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했다. 최근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의 초청을 받아 시연회를 진행했다.



오계동 오즈세파 대표는 "애드녹은 걸프 국가 중 '아람코' 다음으로 큰 석유 회사"라면서 "중소기업이 국영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단독 설명회를 갖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름 오염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기술이 구세주로 보인 게 아닐까"라고 했다.

해당 시연회는 아부다비 소재의 애드녹 본사에서 진행됐다. 한국석유공사와 애드녹의 합작 법인 '카독'(KADOC) 관계자들을 비롯해 한국대사관, 코트라 현지 법인,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들도 자리할 만큼 대규모로 진행됐다. 애드녹에서만 칩(cheif) 엔지니어만 14명이 참석했다. 이곳에서 오 대표는 나노 유수 분리기 '멤브레인'과 이를 이용한 전자동 대용량 '유회수 로봇'을 선보였다.

오즈세파는 오일 제로(Oil Zero, 기름을 완전히 제거)의 이니셜과 분리기(Separator)라는 철자를 따 지은 사명이다. 2006년부터 약 11년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의 기술 개발로 특허를 취득했고, 2017년 KIST로부터 전용실시권을 얻어 설립했다. 양산에 성공한 것은 2021년 7월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경찰청 등이 개발비를 지원했다. 당시 오염수 방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탈 국경 이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양경찰·해양환경공단·환경공단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다. 현재 수출 논의 중인 곳은 튀르키예·브라질을 비롯해 두바이·아부다비·사우디아라비아 기업 20여곳이다.


이에 따라 수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청신호가 켜진 건 지난해 10월 열린 석유가스전시회(ADIPEC)에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와 연이 닿은 것이다. 당시 아람코 관계자 수십 명이 오즈세파 부스를 찾았다. 이후 11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도 초청됐다. 포럼장은 국내 주요 그룹사 관계자로 채워졌지만, 그중 몇 안 되는 중소기업으로 자리했다. 이날 오즈세파는 사우디아라비아 GGG그룹과 제품 공급에 관한 포괄적 MOU를 맺었다.

오 대표는 "셰일가스(Shale Gas)를 생산하는 북미 시장도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즈세파는 세계 최초의 유수 분리 필터를 개발한 유일무이한 회사"라며 "이 같은 필터 방식 외에 별다른 유수 분리 방법이 없기에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즈세파는 지난 2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글로벌 마케팅 협력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계 45곳에 해외지사가 있는 국내 대규모 종합상사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 중동 국영석유회사와 북미 셰일가스 채굴 회사들에 제품을 수출할 때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석유 회사들이 물 자원 오염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 오즈세파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회사"라며 "대한민국 원천기술을 잘 다듬어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애드녹 본사에서 오즈세파 IR(기업 설명회)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오즈세파애드녹 본사에서 오즈세파 IR(기업 설명회)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오즈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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