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사회 바뀌어야" 엄포에 금융지주 사외이사 물갈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3.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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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이사회 바뀌어야" 엄포에 금융지주 사외이사 물갈이


정부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화두로 던지면서 국내 금융그룹들의 사외이사 물갈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미국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처럼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 정기 개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41명 중 30명의 임기가 이달말 끝난다. 하나금융은 이달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8명 중 연령 제한(만70세)으로 백태승 이사회 의장이 오는 24일 주총을 끝으로 물러나고 권숙교 사외이사도 퇴임한다. 하나금융은 이들을 대신해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일 과점주주 몫의 신임 사외이사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을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구성 변화로 7명이던 사외이사를 6명으로 줄이되, 이사회 차원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기존 3인에서 4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23일 주총을 여는 신한금융은 사외이사진을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12명의 사외이사 중 자진 사임(1명)을 제외한 11명 중 10명의 임기가 이달말 끝나는데 2명은 물러나고 8명의 임기는 연장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퇴임하는 사외이사 3명의 자리는 채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지배 주주 역할을 하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지만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33.3%)엔 변화가 없다.



KB금융은 이사회 소속 7명 중 6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이달말 만료된다. 이들 중 3명은 연임하지만 3명은 오는 24일 주총에서 새로 선임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다.

NH농협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일신상의 사유로 공석이 된 2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이달말 주총에서 새로 선임한다. 남은 5명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임기를 연장할지 교체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지주들의 잇단 사외이사 교체는 임기 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주문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선진은행처럼 이사회가 회사의 전략 방향 등에 대한 자문 기능을 수행하고 기업을 통할(govern)하려면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나 금융전문가 등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경영 현안에 대한 합리적 의견을 도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배심원제도처럼 안건 상정 전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 정기개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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