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경제 평론가
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기업이 전체 지분의 34%를 소유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지분이면 해당 은행을 지배하는데 문제가 없다. 은행이 정부의 간섭을 많이 받는 산업이란 점도 기업이 은행 소유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은행 경쟁강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제시된 방안은 챌린저뱅크와 인가 세분화(스몰라이선스) 도입이었다. 챌린저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과점체제를 막기 위해 영국이 도입한 제도로 IT기술을 활용해 특화된 소매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가 세분화는 단일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단위를 보다 세분화해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만드는 방식이다.
문제는 두 방안으로 만들어진 은행이 기존 은행과 어깨를 견주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험, 증권 등에서 상위에 있는 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는데 그를 위해서는 금산분리법 완화가 필요하다.
금산분리법 완화를 얘기하기 전에 은행업을 어떤 구조로 만들지에 대한 정부의 철학부터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철학은 메가뱅크(Megabank)였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진 은행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외환위기 직전 29개던 은행을 12개로 줄였다. 이제 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다시 은행 수를 늘려도 된다는 건지 정부의 생각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철학적 기반이 없으면 최근 본 것처럼 논의가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