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사협회 조일상 회장 "국내 조사시장 전성기는 이제 시작"

머니투데이 경기=권현수 기자 2023.03.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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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방법론 연구와 소통으로 조사시장의 공신력 높일 것

 조일상 한국조사협회 회장 /사진=권현수기자 조일상 한국조사협회 회장 /사진=권현수기자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가 시장조사의 전성기'라고 말한 어떤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에서 여론조사가 당시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만든 수단이었기 때문에 그 시기 이미 여론조사의 위상은 최정점에 찍었다는 의미다. 일견 맞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 후 언론과 정당에서 앞다퉈 여론조사를 활용했고, 수많은 여론조사회사가 생겨났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손쉽게 조사와 조사 결과를 접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도 늘어났다. 이는 시장조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 생각한다. 인식 개선을 통해 조사시장은 문제없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은 한국조사협회 수장인 조일상 회장이 돌아본 국내 조사시장의 큰 흐름이다.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활용하는 ARS 조사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 쉽게 말해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자료를 활용해 지지율 0.1%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언론이 많다. 또한 정치권 역시 유리한 결과가 나온 조사를 찬양하고, 불리한 결과가 나온 조사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해결은 주체로부터 찾아야 하기에 한국조사협회가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언론에 소개되는 통계학과 교수와 여론조사 회사 대표들의 칼럼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조사협회는 과학적이고 정확한 선진 조사 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하여 시장의 전문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한국조사협회 회원사들은 선관위 규제 기준을 뛰어넘는 기준으로 시장의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대변인제를 신설해 여론 조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해석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인터뷰 중인 조일상 회장/사진=권현수기자인터뷰 중인 조일상 회장/사진=권현수기자
-창립 31주년을 맞은 (사)한국조사협회의 역할은?


▶한국조사협회는 마케팅, 여론조사 활동의 질적인 향상과 국내 조사산업의 발전을 위해 1992년 설립됐다. 현재 국내 53개 리서치 기업과 2500여명의 리서치 산업 종사자가 회원이다.

국제리서치비즈니스네트워크(GRBN)과 아시아퍼시픽리서치커미티(APRC), 유럽마케팅리서치협회(ESOMAR) 등 해외 조사 관련 단체와 교류하며 콘퍼런스를 열고, 최신 조사 방법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전문 리서치연구원 육성에 힘쓰고 있다. 실제 조사분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연구원의 수준이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준비된 많은 연구원들이 시장에 필요하다.

협회는 2014년부터 7년간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약 300시간의 조사 관련 이론·실습 과정을 수료한 조사연구원 500명을 양성했고, 협회 소속 기업으로 취업 연계까지 지원했다. 3월부터는 서울시 교육사업을 통해 조사분석을 위한 연구원을 발굴·육성한다.

-국내 조사산업에 대한 현황과 전망은?



▶조사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몇 년 전 구글 빅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되면 시장조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 되던 시절이 있었다.

AI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 지금, 빅데이터, AI가 기존시장을 대체할 것이라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모두 알게 된 듯 하다. 언론사 역시 이미 날씨, 증권 등을 다룬 간단한 기사는 인공지능이 작성하지 않나? 그러나 인터뷰 기사에서는 제한적일 것이다. 취재 대상과 기자가 교감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도출해 기사화하는 것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으로 인해 조사산업과 리서처들은 일하는 방식과 내용이 조금씩 바뀔 수는 있어도 업의 본질은 계속 유지 강화될 것이라 본다.

오히려 인공지능(AI)이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해 목적에 맞지 않는 성능을 발휘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의 대표성, 적절성 등 이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온 조사통계의 방법론과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일상 한국조사협회 회장 /사진=권현수기자 조일상 한국조사협회 회장 /사진=권현수기자
국내 조사시장이 한동안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는 한국 조사시장의 국민 일 인당 조사시장 매출 규모와 광고비 대비 조사시장 매출 규모, 조사단가가 OECD 가입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조사시장이 발전한 영국, 미국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면 아시아 시장과 한국 시장은 아직 성장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과 정부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소비자 경험을 중시하는 비지니스 환경은 더욱 다양한 시장조사의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16대 회장으로서 포부와 올해 계획은?

▶우선 조사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문 리서치 연구원 양성과정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 오남용을 막고,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대변인제를 운영하고, ARS와의 기계적 중립으로 만들어진 선거관리위원회 기준을 상회하는 조사 품질 기준을 혁신할 것이다. 또한 비합리적인 입찰제도와 그 관행을 개선하고, 통계청 등 정부 기관과 조사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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