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이번 'MWC 2023'은 160개국에서 20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8만명 넘는 진성 참관객을 맞이했다. 정상적으로 치른 2019년의 80% 정도지만 과거로 회귀를 열망하면서 몇 해 동안 보지 못한 모바일 혁신에 대한 갈망이 분출하며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 틀림없다.
유럽에서 삼성과 LG전자 스마트폰을 최고로 여긴 신화 같은 시절이 있었다. 현재는 유럽의 대다수 스마트폰은 중국산이다. 10대 중 7대는 중국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초기부터 참관한 입장에서 보면 2010년도 초기 질은 나쁘지만 싸다고 무시한 중국 스마트폰 단말들이 2014년 이후로 '가성비'에 대한 언급으로 바뀐 시절부터 이미 징조가 보인 것 같다. 당시 샤오미나 오포는 존재도 보이지 않고 샤오미라는 뜻 그대로 '좁쌀' 같은 존재였다. 당시만 해도 세계 빅테크 기업의 각축장으로 MWC의 3관은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경연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기업이던 모토로라가 레노버에 인수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LG전자와 유럽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 모든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한 것이다.
4일 내내 중국 기업들의 전시부스는 예외 없이 바글바글했다. 아쉽게도 삼성의 부스는 '갤럭시23' 외에는 당황스러운 과거 갤럭시를 전시해 총에 맞은 것처럼 쓰러져가면서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기분 나쁜 장면이 연상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업우선주의자다. 기업이 잘돼야 우리의 존재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물 '추로스'를 파는 가게에서 점원이 나에게 "설탕 듬뿍듬뿍"이란 말을 건넸다. 이후에 들른 피카소 미술관에서 근무하던 가드는 나에게 "오른쪽으로 쭉 가세요"라고 했다. 너무도 기분 좋은 순간이면서 이 모두가 우리나라 기업들과 문화가 만들어놓은 엄청난 수고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MWC 2023'을 통해 얻은 착잡한 심정을 대안이 없는 '적색경보'가 아닌 여전히 기회가 있는 '황색경고'를 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