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MWC 2023'이 대한민국에게 주는 황색 경고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2023.03.0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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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세계 모바일산업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MWC(Mobile World Congress)가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4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됐다. MWC는 변화가 빠른 시대에 해마다 그 변화를 실감하며 가장 빠르게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경쟁과 협력을 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의 장이다.

이번 'MWC 2023'은 160개국에서 20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8만명 넘는 진성 참관객을 맞이했다. 정상적으로 치른 2019년의 80% 정도지만 과거로 회귀를 열망하면서 몇 해 동안 보지 못한 모바일 혁신에 대한 갈망이 분출하며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 틀림없다.



다만 우리가 놓친 몇 년 동안 벌어진 일을 보니 부지불식간에 MWC, Mobile World Congress가 Mobile World China라는 새로운 조어가 될 정도로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너무도 크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그동안 확인하지 못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확실히 파악하게 됐는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에서 삼성과 LG전자 스마트폰을 최고로 여긴 신화 같은 시절이 있었다. 현재는 유럽의 대다수 스마트폰은 중국산이다. 10대 중 7대는 중국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초기부터 참관한 입장에서 보면 2010년도 초기 질은 나쁘지만 싸다고 무시한 중국 스마트폰 단말들이 2014년 이후로 '가성비'에 대한 언급으로 바뀐 시절부터 이미 징조가 보인 것 같다. 당시 샤오미나 오포는 존재도 보이지 않고 샤오미라는 뜻 그대로 '좁쌀' 같은 존재였다. 당시만 해도 세계 빅테크 기업의 각축장으로 MWC의 3관은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경연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기업이던 모토로라가 레노버에 인수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LG전자와 유럽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 모든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휴대폰 단말의 신화를 만들어낸 '애니콜'이나 '갤럭시'의 영광이 크게 빛을 잃었다는 데 1표를 던진다. 삼성의 뛰어난 단말인 '갤럭시23'의 탁월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고의 뛰어난 단말만으론 중국을 극복하기 어렵다. 샤오미를 중심으로 오포, 같은 그룹의 화웨이와 아너, 레노버 그리고 중국 기업으로 변한 모토로라, ZTE 등 양적으로도 중국 기업을 상대하기 버겁다. 제품 자체도 뛰어나지만 이미 고객들은 더 얇고 가볍고, 더 넓은 스마트폰만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가성비 좋은 중국 스마트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4일 내내 중국 기업들의 전시부스는 예외 없이 바글바글했다. 아쉽게도 삼성의 부스는 '갤럭시23' 외에는 당황스러운 과거 갤럭시를 전시해 총에 맞은 것처럼 쓰러져가면서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기분 나쁜 장면이 연상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업우선주의자다. 기업이 잘돼야 우리의 존재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물 '추로스'를 파는 가게에서 점원이 나에게 "설탕 듬뿍듬뿍"이란 말을 건넸다. 이후에 들른 피카소 미술관에서 근무하던 가드는 나에게 "오른쪽으로 쭉 가세요"라고 했다. 너무도 기분 좋은 순간이면서 이 모두가 우리나라 기업들과 문화가 만들어놓은 엄청난 수고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MWC 2023'을 통해 얻은 착잡한 심정을 대안이 없는 '적색경보'가 아닌 여전히 기회가 있는 '황색경고'를 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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