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향 수출액이 2위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3년 이후 약 30년만에 처음으로 파악된다. 2016년부터는 중국이 6년 연속 부동의 1위였다. 지난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던 영향이다. 수출 물량을 봐도 추세는 명확하다. 중국향 수출은 2021년 9032만 배럴(21.5%)에서 5009만 배럴(10.6%)로 줄었다.
호주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등을 향한 수출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호주의 경우 4250만 배럴(10.1%)에서 7950만 배럴(16.9%)로 '메이드 인 코리아' 수입을 늘렸다. 그 결과 호주향 수출액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필리핀·베트남과 같은 국가들도 두 배 내외로 한국 제품 물량을 확대했다. 필리핀으로는 2.9배(43억 달러), 베트남으로는 3.6배(36억 달러) 수출액이 늘었다.
한국 정유업계의 경우 지난해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산 원유 비중이 5% 미만에 불과했다. 특히 정유 4사는 2010년 하루 277만 배럴 수준이었던 석유정제능력을 지난 2021년 기준 357만 배럴 대로 끌어올릴 정도로 시설투자를 해왔다. 석유소비량(하루 280만 배럴) 보다 정제능력이 더 뛰어난 몇 안 되는 국가로 거듭났다.

'탈중국' 현상은 국내 정유업계에 자신감을 주고 있다. '중국 시장 없이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정유사 직원은 "품질 역시 전세계 그 어느나라의 제품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탈중국'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호주와 아세안 국가 등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이미 다양화해 중국이 담아갈 수 있는 물량 자체가 한정적이란 평가다. 중국이 이날 양회에서 제시한 성장률도 5% 내외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정유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지속 개척하면서, 중국향 수출을 원만하게 늘려가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요까지 증가하면, 국내 정유 제품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며 "국내 정유산업이 국제무대에서 갖는 위상도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